우버의 차량은 벤츠, BMW, 에쿠스 등 고급라인으로 요금도 모범택시보다 20% 정도 비싸다. 택시업계는 그러나 향후 우버가 저가형 택시도 도입할 것으로 보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버는 승객이 차에 타서 목적지에 간다는 점에서 택시와 비슷하다. 다만 ‘디테일’이 조금 다를 뿐이다. 우버의 모든 과정은 스마트폰 하나로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우버 택시를 부르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냥 내리면 된다. 미리 등록해 둔 신용카드로 알아서 결제가 되고 결제 내역은 이메일로 받아 볼 수 있다.
우버의 차량은 현대차의 ‘에쿠스’나 BMW의 ‘5시리즈’, 벤츠의 ‘E클래스’ 등 고급 라인업이다. 요금은 모범택시와 비교해 20% 정도 비싸다. 4500원부터 시작해 시속 18㎞ 이하로 운행될 때 분당 300원, 시속 18㎞ 이상에서는 ㎞당 1500원의 요금이 계산되며 최소요금이 9000원이다. 할증은 없지만 수요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우버 홈페이지에서는 견적을 내볼 수 있다. 서울 불광역에서 출발해 시청역에 도착하는 구간을 검색하자 1만 7600~2만 1100원이라고 나온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일반 택시 예상 요금은 약 9600원이었다.
우버는 결제금액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서비스 하나로 전 세계에서 6개월에 두 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논란도 몰고 다닌다. 우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전 세계 택시 업계의 반발. 지난 11일 전 유럽 택시 업계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런던, 마드리드, 밀라노에서 수만 명이 쏟아져 나와 길을 막았다. 우버는 택시가 아닌 ‘차량 공유 서비스’를 표방하며 운전자를 연결해준다. 택시 면허 없이 사실상의 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시위로 인해 오히려 우버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시위 당일 우버의 예약률은 850% 증가했다. 우버를 몰랐던 사람까지 이 서비스를 알게 된 것이다. 저렴한 우버를 표방한 ‘우버X’는 공인연비 29.2㎞의 도요타 ‘프리우스’로 유럽지역 택시 가격보다 싼 값의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다. 택시 업계로서는 ‘무면허 택시’의 침공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 코리아도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출 다음달인 9월 서울시가 우버를 불법 영업행위로 고발한 것. 우버는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서비스가 중단됐다. 우버의 한국 홍보 담당자는 “우버는 직접 고용한 기사도, 구입한 차량도 없어 여객사업이 아니다”며 “원하는 사람에게 차량을 연결해주는 기술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실제로 이뤄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봐야지, 연결 주장은 수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용복 차장도 “중개만 한다고 하더라도 (기사들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데, (조장을 하는) 그것 자체를 불법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버 측은 “일부를 위한 고급 서비스이기에 택시 업계와 수요층이 다르다. 택시 업계를 잠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용복 차장은 “처음 한국에 진출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쓴 전략이라고 본다”며 “요금 문제는 얼마든지 인하가 가능하고 저렴한 ‘우버X’ 등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버 측은 “우버X가 한국에서 서비스할지 말지는 아직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택시 업계의 걱정은 ‘우버 다음’까지 가 있었다. 이용복 차장은 “우버의 기술은 대단한 게 아니다”며 “우버를 허용해줄 경우 렌터카 업체 등에서 유사 영업을 하고 그렇게 되면 택시 업계는 고사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 택시기사 이 아무개 씨는 “우버는 사실 ‘콜뛰기(무허가 차량 영업)’와 다를 바 없는 불법 영업”이라며 “우버를 허가해줄 경우 택시업계에도 VVIP를 위한 초고급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버 측은 현재 제기되는 불법영업 논란에 관해 “서울시의 고발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재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단순히 현행법으로, 국내에서의 상황만으로 우버를 바라보기보다는 글로벌적 추세를 같이 봤으면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기업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과연 이들의 바람대로 ‘창조적 공유경제’가 될지, ‘그럴 듯한 콜뛰기’라는 택시 업계의 비판대로 당국의 철퇴를 맞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직접 탑승해보니… 스마트폰으로 ‘콜’하니 에쿠스가 ‘떡~’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부를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결제 없이 그냥 내리면 된다. 미리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우버 앱 구동화면. 도착한 차량은 현대차 ‘에쿠스’. 기사가 문을 열어줬다. 뒷자리에 탑승하니 생수가 비치돼 있었다. 기사 H 씨는 “기업 회장 개인 기사를 하다가 3개월 전부터 지인의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다”며 “에쿠스는 렌터카에서 한 달 160만 원가량을 주고 빌린다”고 말했다. 주 고객은 여성.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가 가장 피크였다. 경기도 분당까지 원래 4만 원인데 3배 가격이 적용돼 12만 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탑승한 구간은 시청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지하철 네 정거장 거리에 31분이 걸렸다. 요금은 1만 7400원. 기사는 내릴 때도 역시 문을 열어주고 놓고 내린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한편 개인택시 기사 이 아무개 씨는 “나도 정장 입고 넥타이 매고 할 수 있다. 벤츠도 할부로 사면 왜 못 사겠느냐”고 반문하며 “택시 망해도 좋으니 요금 한 번 맘대로 올려봤으면 한다. 정부가 우버 같은 기술을 만들어 택시 기사가 전업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비꼬았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