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발로텔리의 애마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왼쪽)와 사무엘 에투가 특별주문한 28억 원대 부가티 베이론.
축구계에는 호날두에 버금갈 만큼 ‘자동차광’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꽤 있다. 카메룬 대표팀의 포워드 사무엘 에투(첼시 FC)가 그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초 영국 <데일리메일>이 그의 유별난 자동차 사랑을 ‘이쯤 되면 편집증’이라며 기사로 다뤘을 정도. 그가 안지 시절에 ‘부가티 베이론’ 등 슈퍼카 3대를 특별 주문한 일화도 소개됐다.
도로 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비싼 차로 불리는 부가티 베이론이 그중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고속도 407㎞/h에 제로백(출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2.5초에 불과한 이 슈퍼카는 특별히 주문 제작돼 대당 가격이 약 28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투가 곧잘 런던 시내로 몰고 다니는 2인승 스포츠카 애스턴마틴 원-77(One-77)도 부가티 베이론에 버금가는 슈퍼카. 7.3리터 V12 엔진이 최대 75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해 최고속도가 354㎞/h에 달한다. 가격은 무려 22억 원. 모델 이름에 숫자 77이 붙은 것은 77대만 한정 생산됐기 때문이다.
대당 가격이 13억 원에 이르는 또 다른 명차 마이바흐 제나텍 쿠페도 에투의 3대 소장 자동차 중 하나. 독일 제나텍이 마이바흐 57S 차대를 토대로 쿠페형으로 리모델링한 이 차는 100대만 한정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6.0리터 V12엔진이 최고출력 612마력을 파워를 뿜어내고 최고속도도 275㎞/h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스턴마틴 자가토(약 7억 8000만 원), 페라리 599(약 4억 8000만 원),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약 4억 원), 벤틀리 컨티넨탈 GT(약 2억 3000만 원), 아우디 R8(약 2억 2000만 원), 포드 GT(약 2억 원) 등이 그의 차고를 장식하고 있다. 전통적인 SUV인 허머 H2(약 9100만 원)가 가장 싼 소장차로 꼽힐 정도로 고가의 차들이 대부분이다. 영국의 한 언론은 에투가 보유한 자동차의 시가 총액이 400만 파운드(약 69억 3000만 원)에 이른다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우리 돈으로 80억 원 상당의 명차들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 에투는 왜 이렇게 열심히 명차를 수집하는 것일까. 현지 언론이 전한 그의 대답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다른 이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행복할 필요가 있으며, 자신에게는 그 대상이 자동차라는 것. 그는 컨디션이 처질 때마다 차고에서 여러 대의 슈퍼카 중 한 대를 몰고 거리로 나가, 기분을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그로서는 자신의 차고에 두고 온 슈퍼카 생각이 간절할 듯하다.
‘슈퍼 마리오’란 별명을 지닌 이탈리아팀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도 자동차 사랑이 남다른 선수다. 그라운드 위의 악동이라 불릴 만큼 튀는 언행으로 유명한 그는 자동차 이력도 좀 독특한 편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시티 시절 그의 애마인 벤틀리 컨티넨탈 GT(약 2억 3000만 원)가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개성만점(?)인 차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이 고가의 명차를 마치 군인의 위장복처럼 얼룩덜룩하게 도색해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맨시티 시절 또 다른 명차에도 비슷한 위장복 무늬를 입혀 타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축구장에 오가는 경우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엔 자신의 또 다른 애마인 흰색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S(약 2억 4000만 원)를 주로 몰고 다녔다. 최고속도 295㎞/h에 제로백 4.5초의 이 스포츠카는 수많은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으로 이적한 뒤 발로텔리의 자동차 취향은 다소 화려해졌다. 특히 페라리 사랑이 눈에 띈다. 그는 힘(최대 730마력)과 가속력(제로백 3.1초)이 뛰어난 빨간색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약 4억 2000만 원)를 비롯해 같은 색의 페라리 458 스파이더(최소 약 3억 2000만 원 이상)와 흰색 페라리 F450(약 3억 3000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검은색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모델과 흰색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약 2억 원)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약 8200만 원)도 그가 야외에 나갈 때 이따금 운전대에 앉는 차 중 하나다.
발로텔리가 주로 이탈리아 명차 페라리와 마세라티 차량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데엔 나름의 까닭이 있다. 가나 출신으로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한 그는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어 왔다. 국가대표팀 발탁을 전후해서 그가 출전하는 클럽 구장마다 ‘검은색 이탈리안은 없다’는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였다. 어쩌면 그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으로 자신도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것을 항변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인 잉글랜드전에서 발로텔리는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켜 이탈리아의 승리를 이끌었다. 자동차가 아닌 축구 실력으로 조국의 안티팬들에게 한바탕 ‘시위’를 한 셈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