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OST콘서트’에 참석한 김종국은 20여 명의 한국 가수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6월14일과 15일 중국 베이징의 신흥 문화지구인 751디파크에서는 ‘한·중 드라마 OST콘서트’와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은 연이어 개최됐다. 이틀 내내 한류 행사가 열린 덕분에 ‘한류 위크’라고도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이틀간의 행사는 단지 한류를 전파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현지 콘텐츠 업체들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향후 투자와 교류 가능성을 점쳤다. 그동안 일본이나 대만 등 주변국가보다 까다로운 진입 조건과 철저하게 자국 문화를 보호해온 중국의 정책 탓에 한국 업체들의 현지 진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계’의 분위기는 최근 한층 잦아들었다. 김수현의 <별에서 온 그대>와 이민호의 <상속자들> 등 제2의 한류 붐을 이끈 드라마의 힘 덕분이다.
‘한류 위크’에 대한 현지의 반응 역시 대체로 긍정적이다. 실제로 ‘한·중 OST 콘서트’ 공동 주최사로 참여한 중국 최대 규모의 음반 제작 및 유통사인 차이나 뮤직은 중국 전역에서 이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자는 뜻을 먼저 꺼냈다. 중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 배경음악 역시 한류의 주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한·중 OST콘서트’ 포스터
최근 차이나 뮤직은 서울에 한국 법인을 세웠다. 베이징에서 만난 차이나 뮤직 런 샤오평 부대표는 “한국 콘텐츠는 매우 만족스럽다”며 “장기적으로 두 나라 문화가 교류할 수 있는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동영상 공유를 기반으로 한 포털사이트 투도우닷컴 역시 최근 한국 법인을 세웠다. 최근 중국에선 투도우닷컴과 같은 사이트가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 법인을 세우는 업체들의 목표는 하나다. 한류 콘텐츠를 배워 자국의 대중문화를 이끌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가까이서 그 기획력을 익히기 위해선 현지 법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공통적인 판단도 배경에 깔려있다. 투도우닷컴의 후오야난 PR매니저는 “한국 법인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교류하려 한다”며 “한류의 힘은 드라마 배경음악과 같은 파생적인 콘텐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중한국문화원 김진곤 원장은 “그동안 한류 행사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여러 주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투도우닷컴이 이틀간의 행사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류가 일부 극성팬들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누구 즐기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중국 한류는 뜻밖의 인물을 스타로 다시 키웠다. 가수 김종국이 대표적인 경우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 중인 그는 아시아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에서 뜨거운 인기다. ‘한·중 드라마 OST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김종국은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것 같다”고 반겼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이 되는 그는 비슷한 시기 활동한 가수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활동을 멈춘 것과 비교하면 그 활약은 더욱 눈에 띈다.
케이팝 커버댄스 베이징 예선에서 우승한 4인조 댄스팀. 사진제공=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이날 공연에 오른 크레용팝, 에일리, 박상민, 신민철 등 20여 명의 가수들 가운데 김종국은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객석에서 만난 20세 여대생 친위엔위엔 씨는 “관객 절반은 김종국 팬”이라고 장담했다. “온라인으로 ‘런닝맨’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는 그는 “외모와 행동 모두 좋다”며 눈앞에 김종국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김종국 자신이 체감하는 중국 내 관심도 상당하다. 묵고 있는 베이징의 한 호텔 내 헬스클럽에까지 팬들이 찾아왔다. 평소 하루도 운동을 빼놓지 않는 그의 습관을 파악하고 있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김종국을 뒤늦게 한류스타로 만든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런닝맨’은 중국에 그 포맷이 수출됐다. 현지화를 거쳐 곧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 앞서 포맷을 수출해 현지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아빠 어디가’와 더불어 ‘예능 한류’를 이끌고 있다.
김종국은 “등장인물을 단순화해 표현해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만드는 게 ‘런닝맨’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 같다”고 했다. 굳이 언어를 몰라도 상황과 캐릭터만으로 쉽게 이해될 만한 내용도 인기의 원동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류 팬들의 적극성도 시간이 흐를수록 뜨거워진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의 베이징 예선 참가자들은 그동안 유럽과 남미,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열린 그 어느 대회보다 돋보이는 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행사를 기획한 문창호 PD는 “중국은 뜨거운 한류의 영향에서인지 참가자들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밝혔다. 총 11개 팀이 겨룬 베이징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20대 여성 4인조 ‘스타댄스팀’은 “어릴 때부터 이효리를 좋아해 온라인 동영상을 보며 그 춤을 배웠다”고 했다. “케이팝은 중국 노래보다 중독성이 강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게 이들이 한류를 좋아하는 이유다.
베이징(중국)=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