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수아레스가 골 세리머니로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에 입을 맞추는 모습.
월드컵 시즌에 맞춰 새롭게 제작된 미국의 헤드폰 전문업체인 ‘비츠 바이 닥터 드레’의 광고는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다양한 미신을 소재로 하고 있는 광고다. ‘경기 전의 경기(The Game Before the Game)’라는 타이틀로 제작된 이 광고에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빅매치의 압박을 견디기 위해 경기 시작 전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나온다.
가령 브라질의 네이마르의 경우에는 라커룸에 앉아 아버지가 녹음해준 격려의 말을 들으며,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아들과 딸의 이름으로 새긴 손목 문신에 입을 맞춘다.
이 광고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유튜브에서만 1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런 미신들은 과연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 응용스포츠심리학협회의 에디 오코너 박사는 “미신은 종종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긴장을 완화하고 선수들로 하여금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했다는 기분이 들도록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단, 이런 집착이 통제가 안 될 때는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런 미신들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몇몇 연구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독일의 연구진들이 <심리과학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운의 부적을 몸에 지니고 경기에 임할 경우, 실제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됐다.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역시 비슷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그리고 승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경기일수록 선수들 사이에서 ‘미신에 대한 의존’은 더욱 강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 요인이다. <포디움스포츠저널닷컴>의 스티븐 워커 박사는 “시합 전에 일종의 ‘의식’을 적절히 잘 수행해서 긴장이 완화되면 여러 가지 심리적인 이유로 경기를 더 잘 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긴장이 완화되면 근육의 긴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각적으로도 공을 더 잘 쫓게 된다. 실제 미신은 잠재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호날두 그래픽 합성
이번 월드컵에서 제대로 쓴맛을 본 스페인의 골키퍼인 이케르 카시야스는 축구 선수들 가운데 가장 열심히 미신을 믿는 선수로 유명하다. 셔츠의 소매를 잘라서 입는 습관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팀이 골을 넣으면 꼭 크로스바를 만지는 버릇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장 유명했던 습관인 ‘양말 뒤집어 신기’는 2년 전에 버렸다. 이 괴상한 미신은 한 집시 친구의 조언을 받아 믿기 시작한 것으로, 2008년 12월 바르셀로나 홈구장에서 열렸던 엘클라시코에서 2 대 0으로 패한 후부터 시작됐다.
그가 이 습관을 버린 것은 2012년 말라가와의 경기 때부터였다. 당시 무리뉴 감독이 로페스를 주전으로 기용하면서 벤치 신세를 지게 됐던 카시야스가 불만의 표시로 보란 듯이 양말을 똑바로 신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카시야스는 다시는 양말을 뒤집어 신지 않고 있다.
스페인의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비츠 바이 드레’ 광고에 등장했던 것처럼 시합 전에는 꼭 반지에 네 번 키스를 하곤 한다. 이 반지는 그의 여자친구가 선물한 일종의 커플링이다.
코트디부아르의 미드필더인 야야 투레는 경기장에 반드시 마지막으로 들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이 미신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은 챔피언스리그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야 뒤늦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있었다. 이는 팀 동료 가운데 한 명이 아직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그 선수 다음에 마지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끝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투레는 그 선수가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그라운드를 밟았다.
멕시코의 에르난데스는 월드컵 출전 때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잉글랜드의 레이튼 베인스는 시합 전에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화의 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는 습관이 있다. 그가 이렇게 축구화의 끈을 묶는 모습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미 전 세계로 생중계된 바 있다. 이런 자신의 습관에 대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도 짜증이 난다. 그런데 나도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극성맞기로 유명한 가나의 축구팬들 가운데 어떤 주술사는 이번 월드컵에서 자국의 16강 진출을 위해 주술을 걸었다고 털어 놓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름이 아니라 같은 조에 속한 포르투갈의 호날두의 무릎에 주술을 걸어 놓았다는 것이다.
과연 주술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놀랍게도 호날두는 월드컵 직전 무릎 건염에 시달렸으며, 포르투갈축구협회는 월드컵 직전 “호날두가 기존의 허벅지 부상에 더해서 왼쪽 무릎뼈에 염증이 생겼거나 혹은 무릎 건열이 파열됐다”고 발표했다. 한편 포르투갈과 가나와의 조별 예선은 6월 28일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