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현지 방송 기자가 우리 대표팀의 소식을 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중 한국 기자들은 취재와 사진을 합쳐 75명 선이고, 방송은 각종 공중파와 종편채널, 뉴스 전문채널 등을 포함한 60여 명이다. 물론 TV나 라디오 중계 인력은 제외한 숫자다. 그런데 순수 방송진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FIFA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에 몰린 인원이 무려 1만 3000여 명에서 1만 5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방송사들이 찾아들었다는 후문이다.
# 한국 ‘빅매치’ 취재 인력 얼마 안돼
사전 등록된 기자들을 위해 브라질월드컵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작해주는 똑같은 취재용 AD카드(신분확인용)를 패용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상황은 아니다. 각자의 사정과 상태에 맞게 움직이고 업무를 본다.
사실 각국 기자들의 브라질 방문 목적은 모두 제각각이다. 여기에는 주로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우선 아시아권만 봐도 그렇다. 일단 한국에서 파견된 기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호’의 관련 소식 전달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한정된 인원들이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국내 팬들의 상당수가 우리 대표팀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은 대표팀의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포스 도 이구아수에 취재 본부를 차려놓고, 대표팀의 경기 도시 이동과 최대한 비슷하게 동선을 짠다.
13일(한국시간) 손흥민이 베이스캠프 이구아수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코리아 하우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물론 한국 기자들 가운데 외곽을 도는 인력도 일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한국 축구와 전혀 동떨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들 기자들은 주로 한국과 마주칠 상대국 훈련 캠프와 상대국 격전지에 머문다. 가장 유력한 월드컵 우승 후보인 개최국 브라질과 전통의 남미 축구 강호 아르헨티나, 지난 대회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 준 우승팀 네덜란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오랜 역사와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등 소위 빅(Big) 매치 업을 찾아다니며 진정으로 월드컵을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의 인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취재를 원한다고 해서 기자들이 모든 경기장에 출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베이스캠프를 찾아가고 훈련장 방문을 하는 것은 저마다의 자유지만 출입은 철저히 해당국 축구협회의 소관이다. 만약 해당국이 자국 대표팀의 훈련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별 수 없이 해당국 선수단의 코멘트를 전달받고 훈련 내용을 조금이나마 파악하기 위해 훈련장 외부에서 훈련을 끝낸 선수들이 빠져나올 때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대한축구협회도 이구아수 메인 캠프로 정한 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 & 스파 리조트나 메인 훈련장인 플라밍고 아레나에 출입할 수 있는 인원을 불과 200여 명으로 제한했다. 장소 출입을 위해선 모두 날짜별 데일리 패스(당일 임시 AD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청소를 돕는 인력까지도 포함돼 있어 수량 확보가 극히 제한된다고 할 수 있다. AD카드를 착용한 한국 기자들은 공식 스케줄을 소화한 선수들의 철저한 휴식이 보장돼야 할 호텔을 제외하면 언제라도 큰 무리 없이 훈련장을 찾아다닐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국 취재진에게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 취재 인력을 파견했지만 역시 자국 대표팀 ‘자케로니호’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는 없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상당히 다르다. 일례로 유력 매체가 아닌, 한 인터넷 매체에서만 무려 10여 명의 기자들이 왔다. FIFA가 승인한 방송팀과 중계진을 제외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취재, 사진기자 200여 명이 브라질을 찾았다고 한다. 10명을 파견한 이 매체는 한국어 전문, 일본어 전문, 페르시아어 전문, 영어 전문 기자들을 따로 두고 있어 담당 기자에게 한국-일본-이란-호주 등 아시아 내 월드컵 출전국들을 집중 취재하도록 했다. 베이징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기자가 홍명보호의 캠프에 진을 치고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AD카드 발급은 별개의 문제다. FIFA는 한정된 취재 쿼터를 배급할 때 개최국과 나머지 출전 31개국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당연히 AD카드가 없는 인원이 많다. 이 경우, 데일리 패스가 발급될 훈련장에 주로 머물게 되고, 발급 여부는 축구협회가 결정한다. 또한 AD카드가 있어도 당연히 출입을 못하는 인원들도 많다.
# 정보 입수도 능력대로
취재진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선수들처럼 직접 몸은 부딪히지 않지만 정보 입수를 위한 경쟁이다(물론 경기장에서 조금이나마 공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항상 몸싸움과 자리싸움을 하는 사진기자들은 예외).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상대국에 대한 자료를 파악하고 빼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는 조금이라도 덜 알려주려 한다. 자신들이 작성해 송고하는 모든 기사들이 상대에게 아주 유익하고 소중한 정보가 될 수 있는 탓이다.
국제 대회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마주치며 안면을 트게 된 각국 기자들이 자국 대표팀의 포메이션과 예상 선발 라인업 등을 수첩에 그려주고 이를 공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가령 한국 대표팀의 기본 포메이션인 4-2-3-1 시스템 형태가 아닌, 4-4-2 시스템으로 그려주는 등의 경우다. 포지션별로 몇몇 다른 선수들을 슬쩍 끼워 넣기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조금은 치졸하긴 해도 결국 홍명보호를 위해 약간이나마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으로 자위한다. 이런 모습은 대회 조별리그가 시작되면서 첫 경기를 마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빤히 상대국의 전략 전술이 드러났지만 기자들은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며 여전히 숨기기에 바빴다. 물론 외국 기자들이 전해준 내용도 100% 정확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모든 이가 애국자가 된다는 옛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정보 유출 방지의 기본 소관은 대표팀에 있다. 항상 부족한 소스로 많은 리포트를 작성해야 할 기자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긴 해도 여러 대표팀은 비공개 훈련을 자주 활용하면서 직·간접적인 노출을 막는다. 주요 득점 루트이자 실점 루트인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 연마할 때, 이를 국내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도 세부 내용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홍명보 감독의 별도 요청을 축구협회 관계자가 전하는 모습을 종종 지켜볼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FIFA는 각국 대표팀에 1회 이상 팬 공개 훈련을 시행하도록 권고했고, 경기 하루 전 격전이 펼쳐질 경기장 그라운드를 미리 밟으며 하는 공식 훈련 때 초반 15분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훈련 공개 여부는 대표팀에 달려있다.
브라질 이구아수·포르투알레그리=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