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안내하는 꼭두. copyright Ⓒ by KokduMuseum All rights reserved
특히 상례 문화에서 꼭두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마지막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이와 동행하는 존재이자, 그와 함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는 삶과 죽음 사이, 마지막 여행길의 동반자다. 이 세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여행하는 이와 동행하면서 길을 안내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며, 괴로워하거나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는 일을 한다. 그런 까닭에 상여의 꼭두는 역할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꼭두는 대체로 동물 형상의 꼭두와 인물 형상의 꼭두로 나눌 수 있다. 동물 형상의 꼭두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용이나 봉황이다. 상여에서 용은 초월적 존재다. 물고기와 함께 나타나는 용은 물을 관장하는 강력한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봉황의 경우 초월과 비상을 상징한다. 망자가 이승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인물 형상의 꼭두다. 인물 꼭두는 ‘안내하기’ ‘호위하기’ ‘시중들기’ ‘즐겁게 하기’ 등의 임무를 띠고 있는데, 그 역할에 따라 모습도 제각각이다.
‘안내하기’ 꼭두의 경우 망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일을 하며, 대부분 신령스러운 동물과 함께 묘사된다. ‘호위하기’ 꼭두는 망자를 지켜주는 존재로서, 창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거나 악령을 내쫓는 듯 위협적인 표정을 짓는다. ‘시중들기’ 꼭두는 마치 시종처럼, 망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자세와 표정은 다소곳하며 따뜻한 부드러움이 감도는 느낌을 준다. 특히 시중을 드는 여성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왼쪽부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꼭두, 시중을 드는 꼭두, 마음을 달래주는 꼭두. 아이러니하게도 꼭두의 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듯하다. 최근 꼭두박물관의 유럽순회전시가 현지의 비상한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copyright Ⓒ by KokduMuseum All rights reserved
끝으로 ‘즐겁게 하기’ 꼭두는 망자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존재다. 망자가 다른 세상으로 떠나며 겪는 불안과 이별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분위기 전환의 역할을 담당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거나, 거꾸로 서서 재주를 부리는 재인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인물 꼭두에는 이처럼 망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함께, 죽음까지도 또 하나의 삶으로 승화시키는 우리 선조의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다. 흔히 꼭두를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승에서 받지 못한 보호와 시중을 저승 가는 길에 누리라는 의미였을까. 인물 꼭두는 귀족이나 왕족의 상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주로 평민의 상여에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서민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던 꼭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장례문화 역시 ‘현대화’되면서 전통적인 상여가 외면받고, 꼭두의 존재도 차츰 잊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꼭두가 지닌,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독특한 철학이 깃든 예술품으로의 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듯하다. ‘꼭두박물관’(관장 김옥랑)은 지난 2013년 9월 독일 그라시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 4월까지 꼭두 작품의 유럽순회전시를 했는데, 현지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꼭두, 영혼의 동반자’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어 세계 각국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벨기에 일간지 <데 모르겐>(De Morgen)은 ‘영혼의 엔터네이너’(Entertainers van de ziel)란 제목으로 전시회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의 꼭두에 대해 이렇게 평한 바 있다.
“길고 때론 위험한 죽음이라는 여정에서 영혼은 보호와 동반, 수행, 그리고 유희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꼭두를 통해 사람들의 죽음을 보호한 이유다. …꼭두는 자신이 갖고 있는 해학과 화려한 색의 특징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험하고 고단한 삶이 많아서일까.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세태가 새삼 꼭두의 존재를 한번쯤 더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