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 있어 최고의 기회는 C조 조별예선 2차전인 그리스 전이었다. 1차전에서 코트디브아르에게 1대 2로 패한 일본은 반드시 그리스를 이겨야 했다. 그런데 그리스에서 전반전에 퇴장 선수가 나오면서 일본은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다. 그렇지만 일본은 후반 45분 내내 그리스를 공략했지만 결국 그리스의 막강한 부시를 뚫지 못한 채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올린 승점 1점이 나온 경기였지만 오히려 승점 2점을 잃어버린 듯 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였다. 결국 3차전에서 콜롬비아에 1대 4로 대패한 일본은 C조 최하위가 됐고 그리스는 3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2대 1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했다.
중계 화면 캡쳐
한국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다. 이미 H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알제리에 2대 4로 대패해 16강 진출이 힘겨워진 한국은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 전반전에 역시 드푸르의 퇴장으로 상대팀의 레드카드를 획득한다. 당시 러시아와 알제리의 경기 상황은 러시아가 1대 0으로 앞서고 있었다. 러시아 알제리 전이 그대로 끝난다면 한국에센 두 골이 필요했고 알제리가 득점에 성공할 경우 4골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후반전엔 벨기에가 10명으로 나서는 만큼 충분히 두 골 정도는 가능하며 최선을 다할 경우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했고 오히려 1실점하며 10명이 싸운 벨기에에 패했다. 게다가 후반에 알제리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필요 골수는 4골로 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과 한국에게 상대팀의 퇴장은 약이 아닌 독이 됐다. 그리스는 워낙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다. 그런데 한 명이 퇴장 당하면서 그리스는 무승부를 목표로 수비에만 집중하며 후반 45분을 버텼다. 만약 수적 열세가 없는 상황이라 그리스가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를 했다면 일본이 득점을 올렸을 수도 있다. 결국 그리스의 퇴장이 일본에게 실점의 위험도는 크게 낮춰 줬지만 득점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게 만든 셈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벨기에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능한 팀이다. 수적 열세 상황에서 벨기에 역시 수비 중심적인 플레이로 나섰다. 그럼에도 그리스와 달리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역습으로도 충분히 득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격력과 이를 가능케 하는 좋은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벨기에가 수적 열세가 없어 후반에도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면 한국에게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생겼을 수도 있다. 결국 벨기에의 퇴장 역시 한국에겐 더 많은 실점의 위험성만 낮춰졌을 뿐 득점 가능성은 더욱 낮춰 버리고 말았다.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에서 상대팀의 퇴장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물론 상대 팀의 퇴장은 수적 우위를 선사하며 확실히 유리한 상황은 만들어 주는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이 오히려 수비 위주로 나오는 상대팀에 고전한 까닭은 이런 유리한 상황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확실한 골게터가 없다는 공통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대팀의 퇴장은 볼 점유율과 공격 상황만 늘어나게 했을 뿐 득점이라는 최종 목표에선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결국 2018 월드컵을 비롯한 향후 세계무대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팀들이 더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공격력과 득점력을 갖춘 대형 스트라이커가 절실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