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제시하며 공기업의 오래된 부조리를 바로 잡겠다고 천명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파티는 끝났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변죽만 울렸다는 냉소적인 시선만 가득하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최우선 과제인 ‘관피아 척결’에 대해 미덥지 않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공기업 내부 저항이 보통 심한 게 아니다. 성과를 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정권 초 여러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들이 앞 다퉈 공기업 비리 첩보를 수집했고, 이 중 일부는 수사 단계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흐지부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압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 인사는 “수사선상에 올랐던 몇몇 공기업에서 이를 막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 공기업은 실세 정치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모든 인맥을 동원했다”고 귀띔하면서 “현재 친박 유력 인사는 물론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이름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역시 이러한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한 게 단지 내부의 반발 때문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로비와 압력에 의한 것이란 부분에서다. 이에 박 대통령은 현재 공기업 비리 수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해 확인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사정당국 인사는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하는 작업이다. 여권에서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개혁 외에 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란 얘기다. 우선 흐트러진 여권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최근 연이은 총리 후보자 낙마와 7·14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내에서조차 박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내부의 군기를 다잡고자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비리 수사 타깃이 누가될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선 7·30 재·보궐 선거와 연관 짓기도 하는데, 공기업 비리와 연관이 있는 특정 인사 낙마설이 나도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