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공모제’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진은 지난 6월 27일 최고위원회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6월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주요 안건은 7·30 재보선 공천 방식이었다. 애초 지도부가 상정한 안건은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 안이었다. 하지만 회의에서 조경태 신경민 최고위원 등이 ‘정치 신인들의 기회 소멸’, ‘비민주적 방식’을 이유로 적극 반대에 나섰다. 결국 전날까지 당 지도부의 방침이었던 전략공천 안은 ‘공모제’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발랑 뒤집어졌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23일 주승용 사무총장을 공천위원장으로 하고 전순옥 최민희 의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김지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당 내외 인사 10명의 위원으로 하는 공천위를 꾸렸다. 그리고 24일부터 27일까지 후보 공모에 나섰다.
상정된 안건이 일부 인사들의 반대로 수정 수준을 넘어 전격 철회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23일 회의 직후 만난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전날까지 서울·수도권 전략공천으로 합의했다지만, 이에 대한 반대 기류는 이미 당내에 형성돼 있었다”며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이미 이러한 기류를 감지한 후 나선 행보였을 것이다. 솔직히 당 지도부에서 이를 반대할 이유나 근거는 찾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공모제 도입을 결정지은 터라 정치개혁 경쟁 측면에서도 비교가 되는 대목이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선호투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선호투표제는 선거인단이 후보자 전원을 대상으로 1순위부터 후순위까지 순서대로 적은 뒤 1순위표를 기준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소득표 후보자의 2순위 지지표를, 나머지 후보자들의 득표수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과반이 나올 때까지 하위 득표자들을 제외해가는 방식이다. 신인들에 대한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로 그 효과는 미지수다.
물론 이번 공모제 도입이 손학규 정동영 고문 등 중진들에 대한 견제의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는 이미 지난 10일, ‘중진들의 선당후사’를 강조한 바 있으며 25일에는 이석현 국회 부의장이 고문단 회의에서 “중진들은 연고 없는 출마는 지양해야 하고 각 선거구역에서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철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공개 발언에 나섰다.
내심 ‘모셔가기’를 바랐던 중진들로서는 갑작스런 공모제 도입이 달갑지 않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경우는 지난 재보선 당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경기 화성갑 공모 참여와는 다르다. 당시는 이미 다른 후보자들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응당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야권 중진들로서는 여타 신인급 인사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공모제가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7일 새정치연합이 발표한 공모자 명단에는 결국 정동영 손학규 고문, 이른바 중진 ‘빅2’가 빠졌다. 이들은 각각 서울 동작을과 수원병 출마가 예상됐다. 앞서 평론가의 말처럼 중진으로서 당의 천거가 아닌 직접 공모에 나서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각각 경기 김포와 광주 광산을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공모제의 성격을 두고도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야권의 또 다른 당직자는 “안철수 대표와 당 지도부 입장에서 이번 재보선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선거”라며 “공모제 도입으로 포장했지만, 어찌됐건 재보선은 기본적으로 전략공천이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 어떤 지도부가 깜짝 후보를 내세우겠는가. 결국 명분을 위한 도입일 뿐이다. 이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의 정치평론가 역시 “새누리당도 공모제를 통해 후보자를 모집했지만,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경원 김문수 등 스타급들은 전략공천 가능성은 높다”라며 “새정치연합 역시 공모자만 대상으로 여권과 싸울 수는 없다. 결국 공모에 불참한 중진들을 올려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