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일본의 국적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일본은 원래 부모 한쪽이 일본인일 경우 결혼을 하면 무조건 자식들에게 국적을 허용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혼외자일 경우 좀 복잡했다. 어머니가 자국인일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버지 국적과 상관없이 일본 국적취득을 허용했지만 어머니가 외국인일 경우 불가능했다. 이것이 2008년 이전까지의 국적법이었다.
그런데 2008년 국적법이 개정되었는데 그 핵심이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경우 어머니가 일본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본 국적취득을 허용한 것이다. 재피노의 어머니가 필리핀인이기 때문에 재피노들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여기에는 물론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증명해줘야 하는 단서가 달려 있다(부친의 생후 인지가 있어야 함). 이렇게 해서 일본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취업할 기회마저 여의치 않았던 재피노들이 ‘일본인’으로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렇게 국적취득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재피노들을 자연스럽게 일본 사회에 흡수하고 그들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도 한국처럼 일본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재피노들이 필리핀 현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의 양육 거부 등으로 가난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재피노들이 몇 만 명이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일본계’라고 불리는 이러한 재피노들의 신원확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필리핀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지원단체 ‘새일본계 네트워크’(SNN)을 설립해 활동 중에 있다. 본부는 세부섬에 있다.
일본의 국적법 개정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결혼하지 않은 이상’ 국적취득은 힘든 상황이다. 일본 국적법 개정처럼 결혼을 하지 않아도 외국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친부가 그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할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코피노 문제는 친부의 존재가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코피노 문제는 친부찾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 다음이 국적법 개정 등의 법적인 절차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코피노 문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와 있는 셈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