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본사 입구. 재계는 동부제철의 경우 법정관리를 선택해 채무부담을 줄이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동부그룹 비금융부문의 주력은 동부제철이다.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동부제철의 현 상황이 최악은 아니다. 1분기 말 재무제표를 보면 동부제철의 자산은 5조 1262억 원인데, 부채는 3조 8662억 원이다. 순자산도 1조 2600억 원으로 주주들의 납입자본인 4254억 원의 3배에 달한다. 현재 동부제철의 시가총액은 1100억 원 수준인데, 당장 회사를 청산한다고 해도 건지는 돈은 이보다 10배 이상 된다.
동부제철은 부채비율이 높고, 철강업황 불황으로 당장 돈이 잘 돌지 않을 뿐이지 망할 위험은 낮은 기업이다. 자본잠식이 없으니 감자 우려도 없다. 출자전환이나 추가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나 주당가치가 희석될 수는 있지만 주주가치에 치명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만약 자산매각이 성공하고 자금에 숨통이 트이면 이론적으로 동부제철 주가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종업계인 현대제철의 주가수준이 청산가치의 60%선임을 감안하면 동부제철도 현재의 위기만 벗어난다면 주가가 5배 정도는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동부제철은 1분기 약 24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실제 영업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07억 원이다. 전년동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484억 원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줄어든 만큼 현금이 유입된 덕분이다.
관건은 자산매각이다. 매물로 내놨던 동부인천스틸은 포스코의 거절로 국내에서는 주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중국 등 해외 업체로의 매각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일단 매각이 돼서 유동성만 유입된다면 동부제철 주가에는 초대형 호재가 될 만하다.
그룹 전경 그래픽.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재계 관계자는 “마치 동부제철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가격 문제로 자산매각이 원활하지 않아 유동성이 부족할 뿐, 만약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선택해 채무부담을 줄인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비금융계열의 지주사 격인 동부CNI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부CNI의 1분기 말 순자산가치는 2488억 원으로 납입자본 2000억 원을 웃돈다.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전년동기 대비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각각 흑자와 ‘플러스(+)’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CNI의 시총은 450억 원 정도다. 당장 빚잔치를 해도 건질 수 있는 재산이 2488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기만 넘긴다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의 주주사라는 점 때문에 이번 사태의 불똥을 맞았지만 주력사업이 시스템통합(SI)이고, 김준기 회장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전망이 나쁘지 않다”면서 “동부화재에서만 일감을 가져와도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건설의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동부하이텍의 1분기 말 순자본은 1823억 원으로 자본금 2226억 원보다 403억 원 부족하지만, 1273억 원의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을 활용하면 증자 없이도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매출액이 줄고 있고, 영업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시가총액이 1600억여 원으로 순자산가치의 90% 가까이를 반영하고 있는 점이 놀라울 정도다. 매각대상으로 분류된 데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 않은 수혜도 본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건설은 1분기 말 순자산가치가 3119억 원으로 납입자본보다 1000억여 원 많다. 최근 증자 덕분이다. 하지만 영업손익이 적자인 데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최근 악화되고 있다. 각종 채무보증액도 3조 4000억 원이 넘는다. 동부건설의 시장가치가 600억 원에 못 미치는 점도 이 같은 부담요인들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한 펀드매니저는 “동부하이텍은 기술력 부족으로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며, 동부건설도 그룹의 모태라고는 하지만 업계 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이 두 곳에는 긍정적인 투자접근을 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
‘동부 패키지 인수 포기’ 포스코 주가는 오랜만에 ‘폴짝’…체력 회복은 ‘아직’ 동부제철의 주요 자산 인수를 거부하면서 포스코 주가가 오랜만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큰 짐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이미 약해진 체력이 당장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포스코 투자자 포럼. 이종현 기자 현재 포스코 시장가치는 약 27조 원으로 청산가치인 41조 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약 14조 원 정도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포스코는 매출 15조 4401억 원, 영업이익 7313억 원을 거뒀다. 전년동기의 14조 5819억 원, 7169억 원보다는 분명 나아진 실적이다. 그런데 현금흐름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021억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면서 회사로 현금이 유입되기는커녕 되레 유출됐다는 뜻이다. 전년동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738억 원의 ‘플러스(+)’를 기록했다. 영업이 시원치 않은 데다 자회사 실적부진까지 여전했다. 포스코는 자산으로 4조 원대의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데 1분기 손익은 871억 원 적자다. 4조 원의 자산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3% 이자율만 계산해도 연간 1200억 원을 벌어야 할 자산이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황은 국내외 과잉 생산과 중국의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이어서 확실한 턴어라운드 시점을 예단키 어렵다”며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주력 계열사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점진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사실상 정부를 대변하는 산업은행의 인수 압력을 뿌리쳤다는 게 의미가 있다”면서 “포스코 경영의 독립성이 부각된다면 기업가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