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의원이 아들 집에서 발견된 의문의 6억 원에 대해 “전 직장 회장이 준 격려금”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불법 비자금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 24일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당과 검찰에 소명서를 제출했다.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 받고 있는 의문의 돈 ‘6억 원’이 지난 2010년 고인이 된 대한제당 설원봉 회장에게 받은 ‘격려금’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에 대한제당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대표까지 지냈다. 소명서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대한제당 자회사인 삼성상호저축은행 차명계좌를 통해 격려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설 회장이 사망하고 난 뒤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 금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이후 올해 초에 해당 돈을 아들 집으로 옮겼다는 게 박 의원의 해명이다.
박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다. 핵심은 박 의원이 지난 18대와 19대 총선을 치르면서 해당 6억 원을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세금 역시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5년’이기에 박 의원이 의도적으로 돈을 받은 시점을 2003, 2007년으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박 의원의 해명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의원의 해명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이 돈을 받았다고 언급한 ‘대한제당’도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제당 측은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면서도 “돌아가신 회장님이 개인자격으로 격려금을 줬다고 주장하니 많이 당황스럽다. 박 의원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제당 측은 설 전 회장이 작고한 상태라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박 의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러 뒷말이 나오는 가운데, 의문의 6억 원이 기업들의 ‘후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박 의원이 업체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거둬들였고 이중 일부분이 비자금으로 모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 씨에 따르면 박 의원이 관리하고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업체는 인천에 위치한 A 통운과 B 고속페리 등 해운·항만업체와 여러 대기업 등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이 신한, 국민, 농협 등 3개 계좌를 통해 박 의원실에 쪼개기 후원금을 보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일요신문>과 만난 박 의원의 전 측근 인사는 박 의원이 쪼개기 후원금을 걷는 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인사는 “예를 들어 A 기업에서 400만 원을 보낸다고 치자. 그러면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고 의원실에서 기업에게 전화를 한다. 후원 취소를 하고 다시 보내라는 건데, 한 마디로 후원금을 잘게 쪼개서 보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1인당 후원금 한도는 500만 원이다. 하지만 후원금을 쪼갠다면 기업 내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5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낼 수 있다는 게 측근 인사의 설명이다. 또 300만 원 이하 후원금 기부자는 인적 사항이 비공개된다. 1회 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는 익명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인적 사항이 비공개되는 만큼, 후원금 쪼개기를 한다면 후원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게 맹점이다. 결국 쪼개기 후원금의 목적은 ‘출처 없는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어 앞서의 측근 인사는 “기업이 후원금을 쪼개면 직원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등 할당을 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몇 개 기업은 아예 직원들조차 모르게 직원 명단만 차명으로 뽑아서 컴퓨터를 통해 한 번에 후원금을 쏴주는 경우가 있다. 연말에 후원금 명단에 포함된 직원들이 기부금 영수증을 받고 의아한 경우가 있지만 소득공제가 되다보니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해당 자료들을 박 의원실에서 연말에 직접 목격했다. 기부금 영수증을 매번 직원들 주소로 일일이 다 보내주느라고 상당히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박 의원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 단체들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검찰은 박 의원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이 매년 2~4차례 사실상 후원금 모금회 성격의 기업 초청 간담회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간담회는 박 의원이 2008년 인천 중구, 동구, 옹진군에서 당선된 직후 시작했다. 평균 20개 정도 기업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끝나면 기업들은 매번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박 의원을 경영 고문으로 위촉하고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간담회는 의원 활동의 일부다. 청탁 대가가 아닌 정상적인 후원금을 받았다”며 “쪼개기 후원금도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3천만원 제보’ 운전기사 추가 의혹 제기 “승용차 안에 5천만원 더 있었다” 박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박 의원의 운전기사 김 아무개 씨(39)로부터 이러한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지난 12일 박 의원 차량 뒷자리에 놓인 3000만 원의 돈 가방을 검찰에 신고하며 ‘불법 정치자금의 증거’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추가로 김 씨는 최근 “5월 27일 박 의원의 가방에 3000만 원이 담겨 있었고, 이틀 뒤 29일에 또 다시 2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는 진술을 검찰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에 대한 증거로 5만 원 권 100장 묶음 단위의 돈다발을 꺼내 가방 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상은 의원 측은 “사실 무근이다”라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돈이 찍힌 사진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 현재는 6억 원 출처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 |
학술연구원 ‘비자금 창구’ 정황 연구원은 관용차 임대비 대납 후원회 간부는 위장 취업까지 박상은 의원의 ‘불법자금 조성창구’로 지목된 한국학술연구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한국학술연구원을 전격 압수수색해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은 박 의원 관용차 임대비용을 대신 내주고 박 의원 후원회 간부의 위장 취업까지 묵인한 정황이 드러나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사단법인의 형태인 연구소인 만큼 불법자금이 오고가더라도 잘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박 의원의 후원금을 관리해 온 한국학술연구원 부원장과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의원실 사무국장 A 씨를 불러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A 씨는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학술연구원에서 월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박 의원과 인천시의원 당선자 B 씨가 만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하고 이 자리에서 돈 거래가 있었는지도 함께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자 B 씨의 동생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더 짙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서 이들을 소환해 조사를 한 것은 맞지만 혐의나 신분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며 “의심만 갈 뿐 공천헌금이라고 볼 수 있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박 의원 소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