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30일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노동자 故 염호석씨가 44일 만에 자신의 유언대로 강릉 정동진에 뿌려졌다.
지난 28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타결한 노사 기본단체협약이 찬반투표에서 87.5%의 찬성으로 가결되자 40일 넘게 이어온 노숙농성을 중단하고 미뤄왔던 故 염호석씨의 영결식과 노제를 30일 치렀다.
지회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염씨의 영결식을 지낸 뒤 정동진에서 노제를 지냈다.
염씨의 의형제이자 동료였던 염태원씨는 “호석아, 정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정동진 바다에 동생을 유유히 보냈다.
동료 천여 명도 안타까움과 고마움의 눈물로 故 염호석씨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였던 염씨가 지난 5월 신세를 비관한 채 유서를 남기고 강원도 강릉시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지회는 노숙농성을 벌이는 계기로 삼았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는 지회와 기준단체협약을 약속하고 기본급과 성과급 등 임금지급과 노조사무실 개설 등 노조활동 인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지회나 노조 측 인사들은 삼성을 상대로 거둔 업적이라고 추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10월 故 최종범씨 사태의 노사 세부교섭 이행 난항을 들며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각 센터별 협약에서 노사 세부교섭이 원만히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지회가 일관되게 비판했던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의혹을 노조가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의혹과 관련한 근로 감독을 벌이고 △협력업체가 사용하는 사무실 및 기자재 등을 (삼성전자서비스가) 일부 무상 제공하고 △도급 계약에 근거해 고객의 수리 비용을 원청 계좌에 입금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삼성전자서비스)이 제공한 전산 시스템과 업무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원청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원청에서 실적 독려 등을 위해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의 논란의 여지도 인정했다.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사 기준단체협약 타결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 경제민주화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노조의 입장이 완전히 수용되지 못한 점과 이 후 타 서비스지회 등에 미칠 영향과 파장도 만만치 않은 점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