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작인 원작 <만추>는 이만희 감독이 자신의 페르소나 문정숙과 함께 만든 영화다. 2010년 작 <만추>처럼 이만희 감독과 문정숙 역시 <만추> 촬영 당시 사랑에 빠졌었지만 결국 이들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영화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영화 <칠인의 여포로>가 반공법 위반혐의로 문제가 된 것이 계기가 돼 탄생한 영화다. 이 영화로 인해 이 감독은 실형을 살았다.
출감한 뒤 이 감독은 문정숙과 함께 영화 <시장>(1965)를 촬영한다. 그런데 영화 <시장>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감방 동료를 만난다. 행여 탈옥한 것인지 깜짝 놀랐지만 그 감방 동기는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특별 휴가를 나온 것이었다. 그 감방동료를 보며 이 감독은 오랜 수감생활 도중 휴가를 나온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페르소나 문정숙을 떠올리며 휴가 나온 여성 죄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만추>다.
두고 두고 아쉬운 대목은 원작 <만추>는 사라져 버린 영화라는 점이다. <만추>는 당시 여러 나라에 수출됐는데 그 과정에서 영화의 원본인 네거필름을 수출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 <만추>의 프린트와 네거필름 모두 분실됐다. 한국 영화사 최고의 영화로 불리는 전설 <만추>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영화가 된 셈이다.
원작 <만추>의 남자 주인공 신성일은 몇 년 전 MBC <일요인터뷰> 출연에 출연해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만추>를 언급한다. 당시 신성일의 회고 내용이다.
“그 당시 영화를 수출할 때는 홍콩으로 네가티브로 보냈다고요. 그래서 그 작품이 없어요. 상옥 감독하고 최은희 여사께서 이북에 다녀오셔서 저하고 여러 가지 얘기하는 중에 김정일 위원장이 갖고 있는 개인 필름 라이브러리 얘기를 했어요. 워낙 영화를 좋아하니까. 거기 목록에 보니까 <만추>가 있더라는 거예요. 이북에 있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와서 우리 카피라도 해 와서 다시 한 번 보여드렸으면 하는 최고의 작품입니다,<만추>라는 작품이.”
정확하게 확인된 사안은 아니지만 북한에 영화 <만추>의 필름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증언이다. 반공법 위반혐의로 이 감독이 수감생활을 한 것이 계기가 돼 탄생한 한국 영화사 최고의 작품 <만추>가 이제 한국엔 남아 있지 않지만 북한에는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다소 아이러니하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이 영화가 남아 있어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고 또 디지털로 복원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은 한국 영화사에 희망일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