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딜러는 2인 1조로 활동하는데 오직 여성만이 게임을 주도하는 딜러로 참여한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일요신문DB
국내에선 처음으로 합법적인 카지노에서 사기도박이 자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 소식을 접한 카지노 업계 종사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카지노 딜러 A 씨는 “해당 호텔은 원래 소문이 좋지 않았다. 딜러들 사이에서도 임금 문제 등으로 꺼리는 회사 중 하나였다. 사기도박에 대한 이야기도 오래 전부터 업계 사람들끼리의 공공연한 비밀이라 언젠가는 문제가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블랙딜러가 다수 연루된 사실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카지노에 고용된 블랙딜러들은 바카라 게임을 하는 고객을 상대로 전판에 깔린 카드의 숫자나 문양에 따라 다음 판의 승패를 알 수 있는 순서가 조작된 카드세트(속칭 ‘약’)로 게임을 진행했다. 여기에 승률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유리한 카드패가 깔리면 카드 순서를 조작하는 ‘밑장빼기’ 등의 수법까지 동원했다. 외국 유명회사로부터 공급받는 밀봉된 카드인 양 위조된 포장지를 사용했기에 고객들은 속임수를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카지노 딜러 A 씨는 “과거에는 제주도의 일부 카지노에서 블랙딜러를 고용해 고객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 때문에 일본인 손님들은 제주도 카지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 근데 다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다”며 “동료들도 블랙딜러들이 정식 카지노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적이란 반응이었다.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블랙딜러를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식 카지노에서 활동하는 블랙딜러를 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직 카지노 종사자들에게도 ‘희귀한 존재’인 블랙딜러들은 실제로도 은밀히 활동하기에 일반인들이 마주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통 블랙딜러는 2인 1조로 활동하는데 여성만이 게임을 주도하는 딜러로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한 명은 고객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등 시선을 분산시켜 파트너의 속임수가 들통 나지 않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주된 활동무대부터 합법적이지 않다. 블랙딜러 대부분은 수도권 지역의 사설 카지노바에서 활동하는데 운영자나 브로커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판이 큰 게임이 열리는 날 참여하는 식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처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딜러도 있지만 이들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키운 소수의 베테랑에 속한다. 간혹 실력이 출중한 블랙딜러들은 카지노에서 직원 교육 등의 목적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있단다.
종사자 역시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상당한 숫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사설 카지노바를 운영했던 한 남성은 “블랙딜러가 수천 명에 달한다는 얘긴 과장이 섞였다. 불법 영업장에서 고작 몇 십만 원짜리 판돈을 만지는 딜러들까지 포함한다면 꽤 많은 숫자라 할 수 있겠으나 그들은 블랙딜러라 부르기엔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 오히려 손님들이 타짜라 어설픈 손기술을 쓰다가 손목 잘리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말하는 블랙딜러들은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판돈이 오가는 게임을 진행하며 자유자재로 카드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말한다. 블랙딜러가 수천 명이 나오려면 정식 딜러들이 1만 명은 돼야 할 텐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돈의 유혹’이 문제 때론 취업난 탓 음지로… 간혹 정식 딜러로 일하면서 자신도 도박에 빠져 블랙딜러의 길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도박에 중독돼 회사에서도 쫓겨나 돈을 벌기 위해 블랙딜러가 되는 것. 요즘에는 정식 카지노 취업이 어려워져 사설 카지노바에서 딜러로 일하다 자연스레 블랙딜러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