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양쪽의 말에 다 일리가 있다. 한쪽 이야기만 들으면 수긍이 간다. 그런데 반대쪽 이야기를 듣고 보면 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혀 반대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매체가 다시금 날카로운 후속 보도로 압박해왔다. 2010년 암페타민 반입 당시 포장 박스 겉면에 ‘젤리류’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상자 속에서는 젤리 형태의 사탕도 함께 담겨 있었다고 알려졌다. 암페타민이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된 약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과자인 것처럼 포장해 들여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과자’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매체에 따르면 박봄의 외할머니는 소포에 담긴 물건에 대해 “다이어트용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암페타민 성분이 담긴 약물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봄은 암페타민을 국내에 반입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반입을 시도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2NE1 멤버 박봄(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0년 마약 밀수입 혐의로 입건유예된 사실이 최근 알려져 ‘봐주기 수사’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일 뿐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2010년 이미 종결됐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당시 수사의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현재 불거진 의혹을 해명하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 박봄이 마약류관리법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의혹과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이 내리게 되는 ‘국민정서법’에 의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박봄은 난데없는 ‘나이 논란’에 휩싸였다. 양현석 대표는 해명 과정 중 “박봄이 미국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할 때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와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당시 박봄이 겪었다는 사건을 담은 기사 역시 대중에게 공개됐다. 지난 2000년 10월 7일자 미국의 한 신문에 실린 ‘젊은 축구 선수의 죽음(Young soccer player’s death)’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봄은 1998년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제니 박’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사실 또한 포함됐다. 양현석 대표의 해명이 실제 기사를 통해 증명됐으니 호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프로필상 1984년생인 박봄은 사건이 발생한 1998년 15세라야 맞다. 한국과 미국의 나이 셈법이 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박봄의 나이는 프로필보다 최소 두 살 정도가 더 많다. 그의 나이가 알려진 것보다 많은 33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빅뱅 지드래곤은 대마초 사건에, 대성은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휘말렸고 승리는 사생활 사진으로 곤욕을 치렀다. 사진제공=MBC
그의 약물 밀반입 의혹을 다루는 시점에서 나이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초점은 ‘박봄의 거짓말’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과연 그가 해명대로 마냥 억울하기만 한 것인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식으로 변명을 하고 있는지가 대중에게는 중요하다. 그런 과정 중 박봄이 프로필 상 나이를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것은 결코 그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더 나아가 YG엔터테인먼트 전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직결된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대중은 박봄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스타들의 과거 행적을 일일이 열거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은 몇 해 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지만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지드래곤은 팬이 준 무언가가 대마초인지도 모르고 피웠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했고, 정상이 참작돼 이 같은 처분에 그쳤다. 결국 기소가 되지 않아 재판은 없었고 유예 기간이 지나 이 사건은 사실상 없던 사건과 마찬가지가 됐다.
분명 대중은 쉽게 잊는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던 스포츠 스타가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 다시 그를 지지하듯,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금 대중을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내놓으면 인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대중은 쉽게 기억을 상기시킨다. 유사한 사건이 불거지면 과거에 있었던 사건 역시 기억해낸다는 의미다. 이번 박봄의 사건은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들이 연루됐던 사건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몇몇 네티즌은 입을 모은다. “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이 같은 일에 자꾸 휘말리고, 봐주기 논란에 시달릴까?” 봐주는 것이 아니라 정상이 참작될 만한 사안이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대중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YG엔터테인먼트가 서 있는 위치다. 박봄의 위기가 2NE1의 위기를 넘어 YG엔터테인먼트의 위기로 비화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