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영화의 기본 명제는 탈주범은 나쁜 놈이며 인질은 불쌍한 피해자라는 점이다. 이 영화 역시 같은 흐름에서 시작된다. 아들 헨리(겟틀린 그리피스 분)와 함께 마트를 찾은 아델(케이트 윈슬렛 분)은 우연히 ‘탈주범’ 프랭크(조쉬 브롤린 분)를 만나게 되고 협박을 받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프랭크를 차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상황에선 긴장감이 넘친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정신세계가 불안정한 아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아들 헨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
그런데 영화는 이즈음부터 변주를 시작한다. 프랭크는 착한 탈주범이었다. 프랭크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까지만 집에 숨겨 달라며 남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집안 구석구석을 손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프랭크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하던 아델과 헨리 모자도 조금씩 프랭크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이 탈주범과 인질의 관계를 넘어서는 데에는 각각의 사연이 맞물리면서 하나의 하모니를 냈기 때문이다. 그럼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아델은 평범한 여성으로 결혼해서 헨리를 낳는다. 문제는 둘째를 임신하는 과정이었는데 거듭 유산을 겪으며 아기에 집착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아델은 홀로 외출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외출은 가끔 아들 헨리와 마트에 가는 것이 전부인데 하필, 아니 운명적으로 그때 프랭크를 만난 것이다.
헨리는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곁에 남았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아버지는 재혼을 했고 주말마다 아버지의 새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한다. 어린 나이지만 헨리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한 다른 집에서 다른 가족과 사는 아버지로 인해 늘 허전함을 안고 있다.
탈주범 프랭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린 남성이다. 평범하게 사랑에 빠진 후 결혼해 아이를 낳았지만 아내는 출산 이후 육아와 살림보다는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결국 심한 말다툼을 하던 프랭크는 화가 나 부인을 밀쳤는데 실수로 부인이 죽고 만다. 그리고 같은 시간 2층의 욕조에 있던 아이 역시 사망한다. 동시에 부인과 아이를 잃은 프랭크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우발적 사고임을 주장해 형량을 줄일 수도 있었지만 모든 희망을 잃은 프랭크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고 교도소로 향한다.
이런 세 사람이 탈주범과 인질로 만났다.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아델과 프랭크는 사랑에 빠지고 헨리 역시 프랭크를 엄마의 연인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제목 <레이버데이>는 ‘노동절’을 의미한다. 더 정확히 번역하면 미국의 ‘노동절 연휴’를 뜻한다. 그 이유는 탈주범 프랭크가 아델과 헨리 모자와 함께 보낸 5일의 시간이 바로 노동절 연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노동절 연휴는 바로 여름의 끝을 의미하며 학생들에겐 새로운 학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결국 기나긴 여름의 끝,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다. 결국 아델과 헨리, 그리고 프랭크가 함께 보낸 노동절 연휴 5일은 이들이 각각 힘겹게 지나온 여름을 끝내고 새로운 희망의 삶을 시작하게 된 시점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