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3년 유럽의 불볕더위는 7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도시의 절반을 수장시켰다. 2010년 파키스탄의 홍수는 2000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었다. 2012년 호주의 대홍수는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것과 맞먹는 광활한 면적을 물로 채웠다.
이런 기상이변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비정상이 일상화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더욱이 이런 재해는 병든 지구의 증상 중 하나이다. 환부에 약을 바른다고 해도 병이 낫지는 않는다. 이 속에서 우리는 안전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
이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안병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성찰의 계기와 방향을 제시한다.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은 우리의 사회·정치적 선택과 일상생활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화학물질로 뒤범벅된 삶을 산다. 사방에서 화학물질을 뿜어내는 집에서 살며 유독한 화학물질로 코팅된 옷을 입고 농약 칵테일을 먹고 마신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것을 일부 피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나만의 도피처는 금방 무너지고 만다. 이웃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 전체의 웰빙을 추구해야만 한다.
녹색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연비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주행량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기술 진보와 인간 욕망의 함수관계를 풀지 않는 한 대안은 없다. 우리가 일주일에 햄버거를 한 번만 덜 먹을 때 서울에서 전주까지 자가용을 왕복 운행했을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만큼 줄일 수 있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사는 삶에 익숙해짐으로써 자동차 문명이 만들어낸 그늘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다. 화학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등을 이용해 설거지나 청소를 함으로써 맑은 물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생산양식과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토목공사 위주의 개발과 대량 에너지 소비를 위한 원자력 의존, 이익 극대화를 위한 화학제품 사용이 무한정 허용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안병옥 지음. 21세기북스(북이십일).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