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유대균 형상수배전단지
우리나라에서 현상수배제도가 언제 처음으로 시행되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조선시대에 죄인의 얼굴과 죄목을 적은 ‘용모파기(容貌把記:사람을 잡기 위하여 그 사람의 용모에 대한 특징을 기록함 또는 그 기록-네이버 지식백과)’ 또는 ‘용파’라 하는 방을 거리에 붙였다.
조선시대의 용모파기 예(오른쪽). 드라마 <전우치>의 배우 차태현과 이희준 용모파기 전단이 화제가 되었다.
용모파기에 대해 <광해군일기>에서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내의원정 강효의 등이 상소하기를, “…이번에 시행하게 된 호패법은 대체로 군정 때문에 마련한 것입니다…정관의 경우는 9품에 있는 자라도 모두 각패를 쓰고 용모파기를 하지 않는 반면 신들에 대해서는 3품에 있는 자도 모두 용모파기를 하도록 되어 있고, 또 구별하여 목패를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였다. :內醫正康孝義等上疏曰…今者號牌之法 蓋爲軍丁而設也…正官則雖九品皆用角牌 不爲容貌疤記 又爲區別木牌… <광해군일기 권제35, 2장 뒤쪽, 광해군 2년 11월 5일(병오)>-출처=한국고전용어사전
매스컴을 이용한 현상공개수배가 시작된 것은 1993년 5월 1일 KBS-1TV에서 방영한 <공개수배 사건25시>다. <공개수배 사건25시>는 46%의 검거율을 기록했으며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다. 그 이후로 SBS <다큐 사건파일>, MBC의 <경찰청 사람들> 등도 전파를 탄 바 있다.
<공개수배 사건25시>와 <경찰청 사람들>
수배전단을 이용한 수배제도는 피의자 신병확보를 위한 범죄수사기법이다. 현상수배는 시민을 수사기관의 일원으로 참여시켜 목격자 등에 의한 신고와 제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지명피의자현상수배(지명수배취급규칙 별지 제4호)
현상수배전단으로 범죄피의자를 체포하려는 아이디어는 미국의 서부 개척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단지에 사진, 이름 및 범죄 피의자의 죄명이 나무나 건물 등에 못으로 붙여 있고, 때때로 범죄피의자 체포 검거에 공로한 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고시하기도 했다.
부치 캐시디의 현상수배 전단(맨 왼쪽). 그를 다룬 영화 <장고:분노의 추격자>(가운데)와 <밴디다스>.
위 사진은 애리조나 홀브루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명한 무법자 부치 캐시디(Butch Cassidy 본명은 로버트 리로이 파커)의 현상수배서다(맨 왼쪽). 부치 캐시디는 와일드 펀치라는 강도단을 결성해 네바다와 몬타나주 등에서 은행 강도와 열차 강도를 반복했다. 그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올 만큼 부치 캐시디에 대한 일화는 자자하다.
수배란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범죄피의자를 조기에 체포하기 위해 운영되는 수사기법이다. 도주 피의자를 효율적으로 검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할 지역과 관할 경찰서를 넘어서는 광대역 수사 협력공조관계를 구축한다.
그럼 세간에 회자됐던 현상수배 몇 가지를 소개한다.
(1)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 1838년 5월 10일~1865년 4월 26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암살한 것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배우이자 암살 범죄자 현상수배 전단지. 1865년 4월 14일에 뿌려진 지명수배 전단지. 존 윌크스 부스(중앙) 그리고 그의 공범자들 존 슈렛트(왼쪽)과 데이비드 해롤드(오른쪽).
(2)케스케이드 산맥으로 사라진 비행기 납치범 D. B. 쿠퍼(Cooper). 1971년 11월 24일,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전설적인 비행기 납치범 D. B. 쿠퍼가 칠흑 같은 밤하늘을 날아가던 727제트기에서 20만 달러 가방과 함께 워싱턴 주 케스케이드 산맥으로 뛰어내려 사라진 지 43년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단서 하나 찾지 못한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3)Bandit Queen(산적 여왕) 베레 스타(Belle Starr, 1848~1889, 서부개척 시대의 여성 무법자로 미주리 주 출생으로 본명은 마이러 메이벨 샤리 리드스타(Myra Maybelle Shirley Reed Starr))의 목에 걸린 현상금 포스터. 남북전쟁에서 베레 가문은 남군에 협력해 오빠 버드 샤리는 게릴라 부대에서 활동하다 1864년 북군이 침공한 아지트에 숨어 있다가 버드는 급습당해 살해되었다. 베레 스타는 1889년 2월 3일 캐나디안 강의 상류에서 사살된 채로 발견됐다.
(4)도망간 노예를 잡기 위한 수배전단지.
(5)김우중 씨를 수배한 인터폴 홈페이지 화면.
(6)오사마 빈라덴을 현상수배하는 FBI 홈페이지의 공고문.
(7)‘메일온라인인디아’ 2012년 4월 4일자에 실린 살라후딘(Syed Salahuddin) 현상수배 기사.
(8)파키스탄 테러리스트 현상수배서.
(9)에릭 저스틴 토스는 ‘FBI 10대 중대 수배자’ 리스트에 2012년 4월부터 이름이 올라간 인물이다. 아동 포르노를 대량 유통해 ‘특별 위험인물’로 분류됐다.
(10)은행강도 존 앨런 켄드릭 현상수배서.
(11)‘페이스 오프’ 이치하시 타츠야는 2007년 3월 영국인 영어 강사를 린제이 앤 호커(당시 22세)를 살인, 자기 집 욕조를 뜯은 후 묻어버린 살인범이다. 경찰이 내린 현상수배에는 변장을 가정한 여장 모습까지 들어있다. 경찰 수배를 비웃듯 이치하시는 성형수술로 얼굴까지 바꿔버렸다. 이치하시는 2년 7개월 동안 도피하다 2009년 11월 10일 오사카 여객터미널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후 그를 추종하는 여성 팬클럽까지 생겨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참고 자료
-<현상공개수배제도에 관한 연구> 문봉규 한국외국어대학 석사학위논문,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