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을
서울 동작을은 7·30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곳이다. 이번 재보선 서울의 유일한 선거구로 민심을 가늠할 지표가 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마무리하고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18·19대 총선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전 의원이 당선되긴 했지만 16·17대 땐 현재의 야권 후보들이 연이어 승리했던 지역이어서 어느 특정 정당 후보가 유리하다고 분류하긴 힘든 곳이기도 하다.
7·30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왼쪽부터).
격전지답게 출마하는 후보들 면면 또한 화려하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가 ‘3강’을 형성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선 나경원 후보가 앞서 있지만 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가의 우세한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이 후보 등록 직전까지 공천파동을 겪는 가운데 인지도가 높은 나 후보에게로 지지율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거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판세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얘기다.
판사 출신 나 후보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총재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17·18대 의원을 지냈다. 세련된 외모와 논리적인 언변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며 당 대변인 시절 간판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2011년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 지금은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나 후보는 10일 출마 선언에서 “지금은 당의 부름을 받고 왔지만 언젠가는 주민 여러분의 부름을 받을 수 있게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나 후보의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개인기’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기동민 후보가 박원순 시장 최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해 당 대 당 대결로 흐를 경우 지난 2011년 ‘박원순-나경원 리턴매치’ 성격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공천에서부터 오랜 운동권 ‘동지’인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과 갈등을 빚은 기 후보는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세간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좌관 시절부터 정치권에선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정치인이다. 정치 신인이었던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기 후보 ‘스카우트’에 성공한 뒤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기 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하며 ‘박원순 사람’으로 불렸다. 허동준 전 위원장 불출마로 일단 급한 불을 끈 기 후보는 박원순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기 후보는 여러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과 함께해온 서울의 변화를 동작구민과 함께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출마 변을 밝혔다.
지명도 면에선 나 후보에 전혀 밀리지 않는 노회찬 후보는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19대 땐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다.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노 후보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2월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는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동작을 승리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정의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노 후보가 나서는 동작을은 예외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은 당 대 당이 아닌 개인 차원의 단일화는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새정치연합과의 협상을 통해 이번 재보선에서 현역 의원을 배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경기 수원을(권선)
경기 수원을(권선구)은 여성 후보들의 대결이 됐다. 새누리당은 정미경 전 의원이 박흥성 당협위원장과의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다. 정 후보는 이 지역에서 지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천을 얻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3위로 낙선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정미경 후보의 공천이 결정된 이후 맞수로 수원정에 공천 신청서를 냈던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백혜련 후보는 검사 시절 이명박 정권의 ‘정치검사’에 회의를 느낀다며 사퇴해 야권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백 후보는 19대 총선 당시 안산 단원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영입됐으나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두 여성 후보는 고려대 출신 1년 선후배 사이로 정 후보는 38회 사법시험에, 백 후보는 39회로 합격한 검사 선후배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검사 출신 여성 후보들을 맞대결시킨 것과 함께 수원병에 출마한 손학규 상임고문의 후광효과를 수원을과 수원정 지역까지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경기 수원병(팔달)
대선후보급 거물로 꼽히는 손 후보는 정치권에서 ‘선거의 달인’으로 이름나 있다. 2002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그는 지난 2011년 야당 소속으로 보수 강세 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10일 손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지사로 땀 흘렸던 수원은 제 마음속의 영원한 자랑”이라며 “수원의 자존심 팔달에서 이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누리당은 정치 신인인 김용남 변호사를 앞세웠다. 지역 토박이인 김 후보는 ‘지역일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후보를 ‘올드보이’로 규정해 상대적으로 젊고 새로운 인물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 여기에 수원병은 남 지사가 지켜온 곳이자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한 상황이라 김 후보도 ‘남경필 후광’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안팎의 평가다.
# 수원정(영통)
수원정은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내며 야권 텃밭으로 가꿔왔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천호선 정의당 대표다. 천 대표가 오랫동안 출마해온 서울 은평을 떠나 수원정에 출마하면서 야권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 천호선 대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를 강하게 비판하며 완주의 뜻을 내비치는 중이다. 그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끼리끼리 권력투쟁에 매몰된 새정치연합에서는 누가 나온들 영통 주민에게 선택을 해 달라고 할 수 없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새누리당의 경우 야권 강세 지역이라 불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임 실장의 기존 지지도와 함께 야권 표 분열이 예견돼 세 후보 간 막상막하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 평택을
평택을은 ‘MB의 남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원정으로 차출되면서 세 명의 지역 정치인이 맞붙게 됐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유의동 평택발전연구소장이 낙점됐다. 40대 초반의 유의동 후보는 젊은 패기와 높은 여당 지지율에 호소하면서 “평택을 위해 진심을 갖고 희생할 수 있는 진짜 평택 사람”임을 내세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미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이 귀환했다.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 생활을 이어가던 정 후보는 “대립과 불신이 아닌 상생의 정치, 대타협의 정치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뛰겠다”고 강조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출신 김득중 무소속 후보 역시 변수로 떠올랐다. 4개 진보정당(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의 지지를 얻어 선거에 나선 김득중 후보는 두 거대정당 모두에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0일 <경인일보>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평택을은 정장선 후보가 37.3%의 지지율을 얻어 가장 앞섰고, 유의동 후보는 5.4%포인트(p) 뒤처진 31.9%를 얻었다. 김득중 무소속 후보는 6.4%에 그쳤다.
# 김포시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는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치킨 홍경호 대표의 형이다. 홍 후보는 동생과 함께 외식업계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경력을 살려 ‘지역밀착형 생활정치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김포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김두관 후보가 김포에 관해 무엇을 알 수가 있느냐”라고 반문키도 했다.
같은 날 후보 수락 연설을 한 김두관 새정치연합 후보는 “수많은 선거와 오랜 정치생활에도 작은 구설수 하나 없었던 깨끗함을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가겠다”며 인지도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당의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공천을 얻은 김 후보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김포에서 당선될 경우 향후 대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