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덕구청장 출신 정용기 후보를 내세웠다. 지난 10일 오전 후보자 등록을 마친 정 후보는 “지난 8년간 구청장을 하면서 해결되지 못한 현안들이 구청장 권한 밖에 있다는 사실이 항상 안타까웠다”라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박영순 전 지역위원장이 깜짝 복귀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때 구청장 선거에 세 번째 나서면서 정계 은퇴라는 배수의 진을 쳤던 박영순 후보는 불과 한 달 만에 말을 뒤집어 공천권을 따냈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번 구청장 선거에서 박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에 아주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고, 당선된 구청장 캠프 관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를 후보로 세웠다.
이로써 두 후보자는 지난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세 번째 대결을 벌이게 됐다. 과거 대결에서 정 후보가 두 번 모두 이겼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을 새정치연합이 가져가는 이변이 연출된 점을 감안하면 쉽사리 승부를 예단할 수 없다.
# 충북 충주
충주시 보궐선거는 새누리당 이종배 전 충주시장, 새정치연합 한창희 전 충주시장, 통합진보당 김종현 충주노동인권센터 대표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충주시는 윤진식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던 만큼 여전히 윤 전 의원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으로 거론된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예상대로 윤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 직후 7·30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해 ‘공직 나눠먹기’ 논란에 휩싸였던 이종배 전 시장에게 돌아갔다. 이종배 후보는 6·4 지방선거 당시 충주시장과 도의원 3개 선거구를 모두 승리로 이끌고 충주시의회 19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12석을 차지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던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충주시장 선거에서 석패한 한창희 전 충주시장을 낙점했다. 한 후보는 당의 전략공천을 받았으나 이에 앞서 공천을 신청했던 한 후보가 당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100% 여론조사 경선 과정을 다시 거치기도 했다.
# 충남 서산·태안
충남 서산·태안군은 여야 모두 막판까지 공천 내홍을 겪었다. 애초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경선에서 1위를 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낙점했지만 당 비대위에서 “한 전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발한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획자인데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한 전 청장 대안으로는 김제식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낙점됐다.
새정치연합은 후보자 등록일 경선 여론조사를 다시 했다. 지난 6일 조한기 전 지역위원장과 조규선 전 서산시장 2인을 놓고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실시한 결과, 조 전 위원장이 조 전 시장을 2.7%p 차이로 앞서 공천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규선 후보 측에서 여론조사 전날 조한기 후보 측이 당사자 동의 없이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문제 삼아 당에 재심을 청구했고, 조규선 전 시장으로 후보자가 바뀌었다.
그러나 다시 당 지도부에서 사안이 경미하다는 조한기 후보 쪽 주장을 받아들여 ‘3% 페널티’를 부여하는 조건에서 재경선을 실시했다. 결과는 조규선 후보 33.5%, 조한기 후보 44.8%로 종전 여론조사 때보다 격차를 벌리며 결국 조한기 후보가 다시 공천권을 가져왔다.
한편 박태권 전 충남지사가 지난 10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3자 구도로 갈 경우 새정치연합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부산 해운대·기장갑
서병수 부산시장 지역구였던 부산 해운대구·기장갑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불출마로 중앙 정치권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오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과 지역 시민단체의 숱한 출마 제의를 받았음에도, 낙선할 경우 재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출마로 돌아섰다.
여권 성향이 강한 이 지역은 새누리당 공천신청자가 가장 많이 몰리기도 했다. 최종 승자는 현역 해운대구청장 출신 배덕광 후보에 돌아갔다. 배덕광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절반씩 반영하는 경선에서 872표(56.9%)를 얻어 582표(40.1%)에 머문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을 제쳤다.
새정치연합은 윤준호 부산시당 대변인을 출격시켰다. 배 후보 추격전에 나서야 하는 윤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의 구청장 중도사퇴는 보궐선거 공천과 맞바꾼 매관매직 행위”라는 공세와 더불어 배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 등을 집중 추궁하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도 전개되고 있다. 배 후보 측은 “윤 후보가 제기하는 문제는 구청장 선거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안”이라며 대응을 자제하고 최대한 조용히 선거를 치르는 전략을 구사할 태세다.
# 울산 남구을
야권에서는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철호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섰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자체 후보를 내는 대신 송철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결정했고,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 역시 뜻을 보태면서 일종의 야권단일화가 성사됐다.
박맹우 송철호 두 후보는 지난 2002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과거가 있다. 당시 박맹우 후보가 승리했지만, 송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40% 이상 득표하며 선전한 바 있다. 12년 만의 ‘리턴 매치’가 기대되는 이유다.
# 광주 광산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11일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는 권은희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후보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뒤 사직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최근 권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 등에서 권 후보를 추대하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권 후보는 출마를 고사한 바 있다. 하지만 권 후보는 김한길 대표의 설득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권 후보의 전략공천 논란은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 약세인 새누리당은 송환기 광주시 광산을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송 후보는 지난 8일 출마선언을 하며 “정쟁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광산을에서 심판해야 한다”며 권 후보의 전략공천을 비판했다.
# 전남지역
전남 순천시·곡성군은 얘기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전하면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이정현 후보는 현 정권의 실세임을 내세워 “호남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고 공언하는 등 초반부터 흥행몰이에 나서는 중이다. 2012년 총선 당시 이 후보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39.7%를 득표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또 다른 ‘왕의 남자’를 출전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로 시작해 참여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서갑원 전 의원이 경선에서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공천을 받았다.
지난 11일 <한국일보>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서갑원 후보는 42.4%의 지지율을 얻어 이정현 후보(30.5%)를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 50대 지지율에서는 이 후보가 44.0%를 얻어 서 후보(37.1%)보다 6.9%p 높게 나타났다. 누구도 낙관할 수 없는 ‘왕의 남자들의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