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 경찰서에 한 무속인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한다. 이 무속인은 “순천 정혜사에 유 전 회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점괘를 보니 유 전 회장의 기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신고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은 부랴부랴 출동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허탕이었다.
비슷한 시기 순천경찰서에는 본인을 수맥 전문가라고 소개한 사람의 제보도 이어졌다. 그는 “유 전 회장의 별장에 수맥이 흐른다”며 “수맥감지기를 동원해 추척해 보자”고 제안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스님은 “전남 보성에서 유 씨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신고를 해 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전국 각지에서 순천경찰서에 들어오는 제보 중에는 유 전 회장이 있다며 순천 특정 장소의 주소와 건물 모습까지 상세히 알리는 내용들도 있어 이 곳 경찰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유 전 회장과 구원파의 고향 격인 대구ㆍ경북 지역에서도 특정 지역에 유 전 회장이 숨어 있다는 첩보가 수시로 들어오고 있으나 경찰 확인 결과 모두 ‘사실 무근’이었다. 또한 부산에서는 자신을 유 전 회장이라고 지칭하며 허위 자수한 40대 남성이 입건되는가 하면, 인천에서는 취객이 “××놈들아, 유병언이나 잡아라. × 같은 놈들아”라고 욕설을 하다가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령 허위 신고라고 생각되더라도 우리로서는 무조건 출동할 수밖에 없어 애로가 많다”며 “대신 고의적인 허위 신고로 판명 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법집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검문ㆍ검색이 강화되면서 기타 범죄자들을 뜻하지 않게 잡게 되는 행운도 뒤따르고 있다. 최근 경북 영주경찰서는 유 전 회장 소재를 찾기 위해 원룸촌 일대를 수색하다 성매매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이던 중, 원룸 네 채를 임차해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김 아무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구원파는 지난 1일 개설한 인터넷 방송 ‘우리는 구원파다’에서 “(경찰이) 구원파 쫓다가 강력범 많이 잡았다고 하네요”라고 말하며 검ㆍ경을 비꼬기도 했다. ‘유병언 잡기’가 구원파의 공권력 조롱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검경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