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꾼들이 최근엔 지팡이나 생수병에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 ‘도촬’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몰카의 진화는 끝이 없는가보다. 볼펜, 손목시계, 수첩, 와이셔츠 단추, 모자, 차키 등 소지품을 활용한 몰카 형태는 이미 구석기 시대 물건이다. 해외에서는 기상천외한 몰카 장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팡이 몰카까지 등장,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는 후문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등산용으로 쓰이는 지팡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몰카를 찍는 방법이었는데 겉으로 봐선 전혀 눈치 챌 수 없어 수백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혹 이상한 낌새를 느꼈더라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지팡이를 뺏어 확인해 보기가 쉽지 않아 몰카 도구로는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단다.
게다가 경찰의 조사 결과 지팡이 몰카를 개발한 중국 남성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10여 명의 직원까지 거느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몰카 영상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성인사이트에 팔았는데 수위에 따라 10분당 500위안(8만 2000원)에서 1000위안(16만 3000원)에 거래됐다.
지팡이보다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생수병도 몰카의 도구로 이용돼 그 기발함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빈 생수병에 구멍을 뚫어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는 건 옛말. 요즘엔 물이 가득한 생수병을 이용해 절대 의심받을 일이 없게끔 한다. 이를 들고 벤치에 앉아 손쉽게 여성의 다리나 치마 속을 찍는가하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이동하면서 몰카를 찍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단다. 만약 의심을 받더라도 손에 들린 건 생수병밖에 없으니 위기 탈출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간이 콩알만 한 사람들을 위한 몰카 장비도 있다. 힘겹게 여성들을 따라 다니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볼 필요도 전혀 없다. 마치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길거리나 벤치, 계단 아래에 주먹만 한 돌 하나만 두면 준비는 끝이다. 이 돌은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엔 화질이 뛰어난 소형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지나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바닥에 누워 감상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돌 몰래카메라.
이처럼 해외에서 유행하는 몰카 장비가 있으면 국내에 유입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요즘엔 해외 직접구매가 활발해 클릭 몇 번만으로 안방에서 편히 몰카 장비를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워낙 교묘한 몰카 장비도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해외에서 특이한 몰카 장비가 개발되면 국내유입 루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몰카 비밀동호회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몰카 마니아들은 첨단 장비를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해 해외직구매로 수입, 그것을 분해해 연구하며 자신들의 장비를 진화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입소문이 나면 청계천 일대 몰카 장비상들이 그것을 수입하는 식으로 해외 첨단 몰카의 유통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몰카 장비업체에서 특이한 몰카를 수입한 뒤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단속은 언제나 뒷북이라 실효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못하면 직접 몰카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자동차처럼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몰카를 ‘튜닝’하는 것이다. 과거 구멍이 뚫린 여름용 구두에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몰카를 찍다 경찰에 적발된 남성처럼 지금도 저마다 특색 있는 몰카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미성년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분해해 몰카를 ‘개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비를 동원해 찍은 몰카 결과물들은 음란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성수기를 맞은 유명 음란사이트를 살펴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카 사진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모습이었는데 그때마다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진에 찍힌 여성의 몸매에 점수를 매기는가 하면 사진 각도를 평하는 사람들까지 마치 중요한 품평회라도 열린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최근 몰카의 애매한 처벌 기준이 논란이 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듯 “타이트한 옷을 입은 여자는 더 멀리서 찍어야 함” “원피스를 입었으니 무죄” “운동화 신은 여자는 무사통과될 듯” 등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서로 ‘충고’를 하는 웃지 못 할 광경도 연출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몰카 마니아들의 수준은 해외 최첨단 제품까지 분해하며 연구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데 반해, 관계 당국은 그 꽁무니 쫓기에도 바빠 단속의 실효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속도 최첨단으로 나아하지 않으면 몰카 범죄는 해마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애매한 몰카 처벌 기준 전신은 무죄…허벅지는 유죄? 지난 3월 중국 국적 조선인 홍 아무개 씨(42)는 서울 중구 회현역 승강장과 명동 번화가 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젊은 여성들의 신체를 수십 차례에 걸쳐 몰래 촬영했다. 그는 여성의 신체 중 특정부위만 클로즈업해 찍거나 때론 전신을 담는 등 다양한 구도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고 결국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공소사실로 적시한 32장의 사진 중 단 1장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안호봉 판사는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여성의 다리를 찍은 사진에 대해서만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했다”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로 짧은 치마나 반바지 또는 몸에 달라붙는 긴바지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앉아있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근접 거리에서 여성들 신체의 특정 부위를 특정 각도에서 부각해 촬영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1명 또는 여러 명의 전체 모습을 일반적인 눈높이에서 촬영한 점, 여성들 하의가 짧은 관계로 다리 부분이 무릎 위까지 노출되기는 하나 도심에서 같은 연령대 여성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노출로 볼 수 없다”며 나머지 31장의 사진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대법원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4일에도 법원은 강 아무개 씨가 지나가는 여성을 찍은 사진 40여 장 가운데 엉덩이, 허벅지, 가슴에 초점을 맞춘 20장만 유죄로 보고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도 같은 사진을 보고 유무죄가 엇갈릴 정도로 기준이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사진을 보면 비슷한 치마 길이임에도 몸매가 드러나는 스커트를 입고 있는 사진은 유죄,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있으면 무죄였다. 누가 봐도 몰카로 보이는 사진 역시 특정부위가 아닌 전신을 찍었다거나 어쩌다 초점이 안 맞아 흐릿해졌다면 이 또한 무죄가 됐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전신사진을 찍었더라도 컴퓨터 등을 통해 얼마든지 특정부위만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들쭉날쭉한 처벌의 기준은 범죄자들을 더욱 날뛰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
뛰는 단속반 위 나는 몰카앱 화면 따로 노는 앱도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기에 각종 애플리케이션(앱)도 완벽한 몰카 촬영을 돕는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몰카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외부로 소리가 나게끔 설정돼 있다. 하지만 간단한 앱 설치만으로 이 소리를 없앨 수 있어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에 지난해 3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무음 앱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리보기 기능을 작동하거나 사진 또는 동영상 파일을 저장할 때도 소리가 나도록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표준’을 개정했으나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이라 국내외 제조사 모두 이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한 단계 발전해 소리뿐 아니라 화면까지 감쪽같이 가려주는 앱도 등장했다. 보통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액정에 화면이 노출되는데 이로 인해 몰카 촬영 여부가 들통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하철은 좌석 뒤편에 유리창이 설치돼 있어 이곳에 액정 화면이 비춰져 범행이 발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부지런한’ 개발자들이 극소형 창에만 촬영 장면이 노출되는 앱을 만들어 이젠 티내지 않고 몰카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앱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액정으로 거울을 보는 듯 자연스럽게 몰카를 찍을 수 있도록 한단다. 마지막으로 단속에 대비한 앱도 있다. 사진을 찍자마자 컴퓨터 등 기타 저장장치로 바로 파일이 전송되는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몰카를 찍고 바로 삭제를 해도 다른 저장장치에 파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식이다. 물론 몰카를 위해 만들어진 앱은 아니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막상 폰을 보면 증거가 없어 당황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젠 꺼진 불이 아닌 꺼진 폰도 다시 보고, 흔적 없는 사진의 존재마저 의심해야 할 세상이 됐다.[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