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바둑선수권대회 참가자들.
하지만 SOS(각자 대국한 상대 선수들의 승수 합계) 점수 비교에서 46점을 얻은 대만의 첸이티엔(21) 선수가 45점의 한국 위태웅, 43점의 중국 왕루오란을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대만으로서는 대회 출범 이후 처음, 35년 만의 일이었다. 이번 대회 참가국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14) :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유럽(31) :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터키 이스라엘
▲아메리카(6) : 미국 캐나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브라질 아르헨티나
▲오세아니아(2) :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1) : 남아프리카공화국
왼쪽부터 우승자 대만의 첸이티엔, 준우승자 한국의 위태웅, 73세 최고령 참가자 호주 대표 한상대 교수.
세계 아마추어 바둑선수권대회는 1979년 일본이 창설한 것. 그동안 일본이 줄곧 주최해 왔는데, 3년 전에 일본이 “앞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이 돌아가면서 열자”고 제의했고, 올해 우리 차례가 된 것. 8월에는 또 우리가 만든 국무총리배 세계 아마추어 바둑선수권대회가 9회째 막을 올린다. 세계 아마추어 바둑대회가 우리나라에서 한 달 간격으로 계속 열리는 것인데, 두 대회가 거의 비슷한 방식이니 국무총리배는 색깔을 달리하는 것을 연구해 봄직하다. ‘국무총리배’란 것도 세계대회 이름으로는 어색하다. 차제에 이름도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한 첸이티엔 선수 말고도 시선을 끄는 선수가 많았다. 그 중에 호주 대표 한상대(전 시드니대, 명지대 교수) 선수가 눈에 띄었다. 1941년생이니 73세, 최고령 참가자다. 한 교수에 대해서는 몇 번 소개한 적이 있거니와, 1970년대 중반 이후 10여 차례 호주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대회에 호주 대표로 여러 번 출전했고, 호주바둑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니, 호주 바둑계의 중심인물인데, 이번에 다시 호주대표 선발전에서 젊은 중국 강자들을 꺾고 오래간만에 다시 세계대회에 등장한 것.
“나도 내가 선발될 줄은 몰랐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 두는가. 더구나 호주에는 한국 아마7단급 강자들도 많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경우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다…^^ 이번에 여기 와서는 성적이 37등이다. 옛날 도쿄 세계대회 때는 그래도 매년 10~20위권에서 놀았는데, 이번엔 중하위권으로 크게 밀려 버렸다. 세월이 흘렀으니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럽과 동남아 친구들이 많이 세졌다. 내가 내년에도 대표 선수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설령 운이 또 한 번 따라준다면 다시 나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성적은 점점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동남아가 강해질수록 대회는 재미있어질 것이다.”
옛날 일본의 아마바둑 4천왕, 히라다(平田博則) 무라카미(村上文祥, 작고) 기쿠치(菊池康郞) 하라다(原田 實) 중에 히라다 같은 선수는 2011년 85세 때 일본 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고, 비슷한 연배의 기쿠치 선수도 아직 왕성히 활동하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한 교수의 73세는 아직 먼 나이다.
바둑대회란 게 늘, 특히 요즘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한국 아니면 중국이 우승이니, 성적이나 결과에 짜릿한 재미는 없다. 관심과 비중은 세계인의 바둑잔치라는 쪽에 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