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의 ‘우는 소리’가 실제에 비해 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삼성전자 빌딩과 먹구름 낀 하늘 합성.
한국은행도 위기론 확산에 동참했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8%로 내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4.2%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향후 성장경로상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4개월 연속으로 현 수준인 연 2.5%로 동결했는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기업들은 한마디로 “이대로 가다간 장기침체에 빠진다”고 아우성이다. A 그룹의 경영전략 담당 임원은 하반기 경영환경을 묻자마자 “총제적 난국에다 사면초가”라며 “연초에 예상했던 경영환경 전망이 모두 빗나갔다”고 탄식했다. 연초만 해도 올 상반기 중 내수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환율은 안정적일 것이며 글로벌 경기도 회복세를 예상했는데 “지금 그 예상대로 된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B 그룹 관계자도 “상반기 실적부진보다 하반기 실적부진이 더 걱정이다. 장기불황이 걱정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하지만 기업들의 ‘우는 소리’가 실제에 비해 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최근 경기지표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줄도산이라도 할 것처럼 벼랑에 선 상황은 아니다”라며 “2000년대 들어 연초마다 위기, 불황, 비상 아닌 때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들이 2분기 실적부진을 앞세워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 개편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출범에 맞춰 최대한 친기업적인 정책 관철을 위해 한 목소리로 위기를 부르짖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에만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측에 전달하는 경제단체들은 건의를 쏟아내고 있다. 전경련은 10일 154건의 세제개편 종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기업의 투자여건 확충을 위한 성장 지향적인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비과세·감면 53개 제도(수혜금액 7조 8000억 원)의 일몰시한 연장 요구가 들어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6월 세제개선과제 108건을 추려 정부와 국회 등에 제출했다. 모두가 오는 8월에 나올 정부의 세제개편안(세법 개정안)을 겨냥한 것이다.
최 후보자는 “취임하면 일주일이나 열흘 이내에 경기 부양 등을 담은 종합적인 대책(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겠다”면서 “경제회복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총재와 자주 만나 경제 인식에 대한 간극을 좁힐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기준금리를 내리도록 정책공조를 이루겠다는 얘기다.
최 후보자는 또한 “기업의 유보자금이 투자, 배당, 임금으로 해서 가계 쪽으로 흐르게 하는 게 긴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현금성 자산으로 투자를 하는 기업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곳간 풀기’에는 소극적이었던 대기업들로선 단비 같은 조치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는 하반기 위기론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중시를 내걸며 벌어졌던 정부와 재계와의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밀착되는 분위기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