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 현장. 투자금액 1억 원 내외 사업 아이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길어지는 불황에 지친 자영업자들은 2014년, 말처럼 신나게 질주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청마의 해’를 맞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여는데 신중했고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서 채소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 아무개 씨는 “세월호 여파로 장사를 하는 사람도, 물건을 사는 사람도 모두 의욕을 잃은 것 같다”며 “지금까지 장사를 해오면서 이렇게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루 빨리 매출이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숙박 음식업, 여행업, 운수업,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4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소상공인 경기 체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세월호 사고 이전에 비해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소상공인 10명 중 8명(77.8%)이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하여 경영상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매출 감소폭은 지난해 4~5월 대비 33.4%, 세월호 사고 이전 대비 37.1%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상공인의 44.8%가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하여 이미 체결된 계약(예약)이 연기, 취소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여행사 등 사업 지원서비스업종의 경우 81.4%가 이러한 경험을 했다.
소상공인의 63.8%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가 2~6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7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31.2%)하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았다. 박해철 중기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세월호 사고로 현재 소상공인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생업 걱정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조속한 사고 수습과 경제활력 회복 노력이 시급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KT의 8300명 명예퇴직, 여의도 금융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 등까지 더해지며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별로 상반기 창업 시장을 살펴보면, 외식업에서 커피전문점의 경우 신규출점보다는 폐점하는 점포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커피는 대표 상품이 아닌 부가 상품으로 떨어지고 기타 간편식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전략의 카페가 유난히 많이 출현했다.
한식시장에서는 ‘한 상 차림’을 저가에 내세우는 아이템이 강세를 나타냈고 2~3인분의 요리를 한 접시에 담아 먹는 ‘원플레이트(One Plate)’ 레스토랑도 인기를 끌었다. 고깃집 시장에서도 저가 국내산 소고기전문점이 약진했다. 분식시장에서는 되레 김밥 한 줄에 3500~4500원인 ‘프리미엄 분식점’이 각 상권에서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에 기존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는가 하면 개인 창업자들도 프리미엄 김밥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창업시장에는 브런치 카페와 소형맥주전문점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주류시장에서는 ‘스몰비어’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스몰비어는 창업비용이 1억 원 내외로 접근이 가능해 소자본창업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인당 객단가 5000~6000원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수많은 스몰비어 브랜드가 급격히 출시되고 있어서 시장의 급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판매업종의 경우 양초전문점의 약진이 돋보였다. 처음에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상권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오피스 상권까지 깊숙이 매장 출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 외 수입과자, 저가 아이스크림, 셔츠타이, 신발, 보세의류 등의 전문 판매점은 꾸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업은 미술치유학원, 자기주도형 영어학원 등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30분 순환운동매장은 보합세, 다단계 스타일의 건강관리숍은 로드숍에서 폐점 매장이 늘어났으며 두피관리숍 역시 출점이 가속화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매장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2014년 하반기 창업시장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2014년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서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전월(91.5)대비 4.1포인트 하락한 87.4를 기록했다. 역시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식료품, 의류, 인쇄 등 내수업종의 부진으로 이어지며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여파를 딛고 창업자들이 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등장한 적지 않은 명예퇴직 수요자들은 실업급여를 받는 시점까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창업시장 유입이 예측됐다.
현재 창업시장을 열심히 저울질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은 총 투자금액 1억 원 내외 아이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1억 원 내외의 창업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상권트렌드를 살펴보면 서울 수도권의 경우 홍대 앞 상권을 비롯, 가로수길, 대학로, 건대 등 신세대 상권의 높은 점포시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손을 드는 점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주택가나 대형 상권의 주변부 입지, 중하급 상권에서 틈새 아이템을 공략하는 창업자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신규 창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이라면 빠르게 창업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서 창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창업 박람회장 아이템보다 창업을 희망하는 상권을 꼼꼼히 조사해 5~10년, 그 이상 살아남은 점포들의 생존 노하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