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지난해 11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석촌호수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구청에 접수됐다. 구청에서 확인 결과 석촌호수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져 있었다. 수위저하 원인을 두고 주민들과 구청, 롯데 측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 중 석촌호수와 연결된 물길을 건드려 호수물이 제2롯데월드 지하로 빠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석촌호수 수위저하는 호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대의 지하수 수위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2011년 9월부터 석촌호수 수위는 낮아지기 시작해 2013년 5월경에는 평균 5m를 유지하던 수심이 0.7m가량 빠졌다. 15만 톤이 넘는 물이 사라진 셈이다. 당시 제2롯데월드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물산 측은 “공사 때문이 아니라 자연 증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위가 저하되기 시작한 시점인 2011년은 강수량(2039.3mm)이 평년보다 월등히 높았고, 석촌호수 수위가 가장 낮아진 2013년 강수량도 1404mm로 연평균(1300mm)에 수준이었다. 롯데 측이 제기한 ‘자연증발설’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또 이전에는 눈에 띄는 수위 저하가 없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롯데는 수위 저하에 대한 책임은 부인하면서도 물을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을 내겠다고 나섰다. 석촌호수는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빗물과 지하수 외에 매달 평균 5만 5000톤가량, 하루 평균 8000톤(50m 국제규격 수영장의 3배 크기)의 한강물을 인공적으로 받아 수위를 유지한다. 물을 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송파구와 롯데 측에서 절반씩 부담해왔다. 수위 저하 논란 이후에는 이 비용을 롯데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
6월 말께 오금로 13길 3 앞 도로에서 깊이 20cm의 구덩이가 생겼다. 송파구청이 확인한 결과 인근 건물의 하수관 연결부위가 깨져 물이 쏟아져 나오며 생긴 현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공사와 석촌호수 수위에 일정부분 연관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전문가 네 명에게 관련 자문을 요청한 바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석촌호수 수위저하에 대한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보고’에는 “제2롯데월드 지하수유출량과 석촌호수 수위는 상호연관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건설현장 밑에 자리한 암반에 있던 틈이 노출되면서 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석촌호수 물과 공사현장과는 연관이 없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자리는 주변 지질상태와 달리 단단한 암반으로 이뤄져 물이 잘 새지 않는 구조인데다, 1m두께의 물막이 벽(슬러리월 공법)으로 암반지대 밑 3m까지 막았고 2, 3중으로 차수벽을 지어 물의 유입을 차단했기에 안전하다는 얘기다. 또한 지하 6층 집수정에서 나오는 물은 석촌호수 물과는 달리 깨끗하니 같은 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두 곳에서 채취한 물의 성분은 같았다.
견고한 설계에도 제2롯데월드에 하루 450톤 정도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 롯데 측은 이에 대해서도 설계 당시 1350톤의 지하수를 배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으나 예상치의 절반에 못 미치는 450톤 정도가 유출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설계상의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하루 450톤이라는 양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 4일 가락로 36길 17 앞 도로에 타이어가 빠질 정도의 크기로 아스팔트가 뚫렸다. 땅밑을 지나던 빗물파이프가 파손돼 흘러나온 물이 주변을 침식시키며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지하철 2, 8호선과 공사가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도 수위저하의 원인일 것으로 의심을 샀으나 연관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9호선은 석촌호수 남쪽을 길게 지나가 인접 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일부 낮아졌으나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자문회의 보고서에 적혀 있다.
관리당사자인 구청과 서울시의 입장은 어떨까. 송파구청 측은 “물빠짐 현상은 당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인공호인 석촌호수는 한강물을 집어넣어 수위를 인위적으로 맞추고 있다. 약간의 수위변화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측은 또 다른 해명을 내놨다. 물관리정책과 배광환 과장은 “2009년 이후부터 물값이 올라 관리비용이 늘면서 물을 많이 넣지 않았기에 해당 시점에 수위가 낮아졌다.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니 다시 평년 수준으로 채워 넣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문단의 보고서에는 2011년 7월 기록적 폭우로 한강물 투입량을 크게 줄였던 것을 제외하면 평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배 과장은 “석촌호수에서 가장 가까운 공사현장이고, 규모도 크다보니 일정부분 개연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확실한 내용은 9개월 후 연구용역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서울시는 ‘석촌호수 수위저하 원인조사 및 평가 용역’에 대해 입찰공고를 낸 상태다. 연구는 7월 말에 시작해 내년 봄께 마무리 될 예정이다.
지난 5월 당시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7월 4일경에도 석촌호수로부터 직선거리로 1km쯤 떨어진 방산초등학교 앞 도로에도 구멍이 파였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인근 주민 박 아무개 씨는 “타이어가 빠질 정도로 컸다. 깊이가 언뜻 봐도 포트홀보다는 상당히 깊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싱크홀 의심 신고 사례는 다섯 건이다. 송파구는 앞서의 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싱크홀과는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석촌호수 옆 골목에 생긴 구덩이는 인근 건물의 하수관의 연결부위가 깨져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생긴 일이었다. 방산초교 앞의 구멍은 빗물 파이프가 깨져서 생겼다.
송파구청 홍보담당관 박장원 주무관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전문가들을 데리고 땅을 파 지반침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검증했다. 싱크홀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땅 꺼짐 현상에 대해 연 평균 100여 건의 신고가 들어온다. 다른 구의 신고 건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물관리정책과 배광환 과장은 혹시 모를 지반 침하 대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가능한 장비를 동원해 탐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는 일대를 매일 순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송파구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이 아무개 씨(36)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그렇게 큰 건물이 들어서는데 영향이 없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근 지반성분도 주민들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인근 지질은 흙, 모래, 자갈 등으로 이뤄졌다. 단단한 암반 지대보다 지하수 수위 변화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어떤 원인으로든 지하수가 빠져나가 땅 밑에 빈공간이 생긴다면 싱크홀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자문단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할 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하수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계속 유출되고 이로 인한 지반침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정확한 원인분석은 서울시의 추가 연구용역 결론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롯데물산 측은 개장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서울시에 임시사용승인신청서를 내고 월드타워동을 제외한 3개 동의 개장 준비에 들어갔다. 현장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도 거의 다 끝났다. 이제 시의 승인이 떨어지면 개장만 하면 된다”고 공사 진척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에 대응하는 롯데물산의 태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 롯데물산은 블로거 탐방단을 꾸려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안전에 대한 대비책, 내부시설 등을 소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정의 원고료를 블로거들에게 주고 “안전하다”, “석촌호수 수위와 관계없다” 등의 내용을 요지로 글을 작성하게 했다.
실제로 블로거들이 올린 글에 보면 일반인이 알기 힘든 건축 관련 전문용어들이 등장한다. 송파동 주민 최 아무개 씨(24)는 “블로거들에게 돈 주고 결국 안전에 대해 홍보하는 거 아니냐. 떳떳하다면 주민설명회라도 가져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우리나라 싱크홀 광산 개발지·지하철 공사장 ‘뻥뻥’ 2차선이 지나는 사거리 한가운데 갑자기 생긴,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멍이 생겼다. 2010년 7월 과테말라시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구멍은 20층 건물 높이만한 깊이였다. 그 자리에 멀쩡히 있던 3층짜리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테말라의 싱크홀은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지하수가 메마르면서 생긴 땅속 공간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겼다. 2012년 인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진제공=인천서부소방서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싱크홀의 안전지대일까. 우리나라 지반은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뤄져있기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규모의 싱크홀이 종종 발생했다. 대표적인 싱크홀 현상으로는 1993년 전북 무안군 무안읍 일대에서 일어난 지반침하 현상이다. 2005년까지 13년 사이에 무안군에서만 19건의 싱크홀 현상이 신고됐다. 성남리 매일시장 인근에 있던 집 마당이 2m가량 내려앉은 게 최초의 ‘땅 꺼짐’ 현상이었다. 2년 뒤 같은 곳이 7m가량 주저앉으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2000년 1월에는 읍내 방앗간 창고 바닥이 직경 10m, 깊이 19m 크기로 무너져 내렸다. 무안군 일대는 석회암층이 발달된 곳으로 빗물, 지하수 등이 흐르면서 지반을 침식시켜 생긴 현상으로 알려졌다. 충북 음성군 역시 싱크홀 현상이 잇따랐던 지역이다. 2008년에는 꽃동네 ‘소망의집’ 일부가 무너졌다. 당시 생긴 구멍이 직경 30m, 깊이 15m였다. 일대는 광산을 개발했던 곳이다. 이후 폐광에 빗물이 흐르며 인근 지반에 빈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2010년 충북 청원군 가덕면 인근 석회광산 인근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 6월 이 지역 마을 저수지에 구멍이 뚫려 농업용수 3000톤이 유실됐다. 2012년 9월 청용리의 한 논에서는 지름 20m, 깊이 10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음성, 무안, 청원 일대는 광산 개발과 석회암 지형의 특수성으로 생긴 현상이다. 더 문제는 도심에서 생기는 싱크홀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등 도심에서 큰 싱크홀이 생기면 인명피해는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도심지역에서도 싱크홀 현상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9호선 증미역 인근 편도 3차로의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폭 1.5m 길이 3m 깊이 1m의 구멍이 났다. 도로 위를 지나던 택시가 구멍을 피하려다 타이어가 빠졌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강서구청은 인근에서 하수관로를 매설하고 아스팔트로 포장한 뒤 국지성 호우까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큰 싱크홀은 인천에서 있었다. 2012년 2월 18일 인천 지하철 공사현장 인근 6차선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지름 10m, 깊이 20m의 구멍이 생겼다. 이곳을 지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구멍에 빠지면서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 계산역 4번 출구 앞에도 가로 0.7m, 깊이 4m의 구멍이 생겨 1명이 부상했다. 이 사고 이틀 전에도 인근에서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가로 3m, 깊이 5m의 구멍을 만들었다. 도심에서 생긴 싱크홀은 대규모 지하시설 건설로 땅 속에 공간이 생기면서 일어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