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해솔초등학교 전경. 현재 해솔초는 증축안의 안전성을 두고 학교 측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경기도 파주 운정동에 위치한 해솔초등학교(해솔초). 해솔초는 지난 2010년, 파주 운정신도시의 도시계획에 맞춰 새롭게 개교한 신설학교다. 이 지역 학교들 대부분은 과밀학급 문제를 떠안고 있다. 도시계획에 앞서 실시한 학생 수요층 조사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해솔초 역시 한 학급에 평균 40명이 넘는 초과밀 학급으로 운영 중이다.
해솔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오래 전부터 증축을 추진해왔다. 몇 년간 끌어온 해당 문제는 지난해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의 증축 추진을 희망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급물살을 탔다. 당시 서명은 1000명이 넘게 진행됐고, 이에 교육청 측 역시 긍정적 답변이 온 것.
문제는 증축이 가시화된 이후 발생했다. 증축 계획안을 두고 학교 측과 학부모 측 사이에 입장차가 컸던 것. 증축 계획안은 크게 세 가지 안이었다. 제1안은 현재 통행로 사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학교 건물과 급식실 사이에 끼워 넣는 형식의 증축 안이다. 제2안은 학교와 인접해 있는 인근 어린이 공원의 일부 부지를 사용해 증축하는 안이다. 제3안은 학교 후문 공터에 증축을 추진하는 안이다.
현재 학교 측과 교육청 측은 1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고, 학부모 측은 이에 반대해 2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3안은 용지 면적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교육청 측이 증축 불가를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증축이 가시화 된 상황에서 상당수 학부모들은 2안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엔 더욱 예민해졌다. 아이들의 학습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증축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안전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사기간 동안 채광, 환기, 소음 등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학교 측과 상급 기관인 경기도 파주교육지원청(파주지원청)은 예산 문제와 파주시의 협조 문제 등 현실성을 이유로 들어 지금까지 1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양 측의 대립이 더욱 벌어지게 된 계기는 1월 21일 학교 측이 긴급하게 운영위를 소집해 당일 1안으로 계획안을 결정한 후 바로 파주지원청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한 사건 탓이다. 당일 오전 학부모 회의에선 1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종안 결정권이 있는 운영위는 당일 오후 결국 1안을 결정하게 된다. 운영위 중간에 휴정 후 반대 의견을 듣기 위해 학부모를 소집했지만, 즉흥적으로 소집돼 당일 학교 회의에 임하는 학부모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학교와 파주지원청 측은 현 교내 건물 사이 증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학부모들은 이를 두고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기자와 통화한 1안 반대 측 학부모는 “한 마디로 학교 측의 날치기 통과”라면서 “학교 측은 회의 하루 전 학부모 회의를 소집하고,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자 운영위 회의 중간에 즉흥적으로 학부모들을 소집했다. 방학 기간 동안, 당일 회의를 소집해 이에 응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학교 측은 증축안 결정 사안에 학부모들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일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7월 1일 학교에서 만난 학교 측 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1월 21일 증축 결정안 회의는 어쩔 수 없이 긴급하게 이뤄졌다. 이틀 전에서야 ‘경기교육청에서 21일 안에 증축안에 대한 특별교부금 신청 계획을 보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빨리 계획안을 보내달라’는 파주지원청의 연락을 받았다”라며 “우리로서는 1안이라는 차선책이라도 예산을 받아 증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학교 측은 1월 21일, 파주지원청에 11억 6900만원에 해당하는 특별교부금신청안을 제출했고, 3월 28일 최상급기관인 교육부는 이중 일부인 7억 85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승인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이 대립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안전’ 문제다. 이는 세월호 사태 이후 유독 예민해진 문제기도 하다. 기자와 통화한 1안 반대 측 학부모는 “이미 지난해 연말, 파주지원청과 파주시청에서 참석한 학교계획 전문가들이 1안 증축이 안전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부지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당연한 반응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학교 교장은 “물론 당시 전문가들이 1안의 경우 아이들의 통행로와 급식실에 인접해 있어 안전상 미흡할 수 있어 증축 기간 동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면서도 “증축 교실 자체가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과학실험수업 등 현재의 과밀 학급 자체가 오히려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차선책인 1안은 불가피하다. 이미 전문가들의 검토가 끝난 상황이며 선례도 많은 시공법”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문제는 2안을 추진할 경우 현실성 문제다. 현재 학부모들이 요구하고 있는 2안의 경우 인근 공원 부지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파주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주시 측은 이에 ‘학교 부지는 공익의 목적에 따라 설치 혹 변경 가능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협조가 가능하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위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건부 가능’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 학부모 측은 ‘학교와 파주지원청이 2안을 위해 적극성을 띈다면 가능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반면, 학교 측과 파주지원청 측은 ‘사실상 수년이 소요되고 예산문제도 동반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기’로 해석하고 있다. 파주시의 답변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는 공원부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의 대립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1안 반대를 고수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부모의 절반이 넘는 950명의 반대 서명서를 학교에 제출하며 계획안 번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전체가 아닌 일부 학부모들의 감정적 반대’로 취급하고 있다. 실제 일부 학부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실성 없는 2안을 고수하느니, 당장 아이들의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해 차선책인 1안이라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찬성론을 펴기도 했다.
1안을 반대하는 대다수 학부모 측은 “예산 문제를 들어 학교와 파주지원청 측은 계속 1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럴 바에야 차라리 증축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자와 통화한 또 다른 학부모는 “무엇보다 증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학교와 학교장의 독선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교장은 “1안 반대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들이 제출한 서명서도 거쳐야 할 절차 없이 작성된 것으로 정당성 없다. 그저 본인들 말을 안 들어주니 감정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뿐이다.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억지를 위한 반대다”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학부모 측으로 돌렸다.
<일요신문>은 취재 도중이었던 3일, 학교 측과 파주지원청 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현재 교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증축 문제와 관련해 학부모들과 학교 및 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정된 총회는 오는 7월 21일(월)이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시작된 학교 측과 학부모 측의 평행선이 좁혀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