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다르지만 지금 친박계에도 ‘맏형’이 사라졌다.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기용됐다. 서청원 의원이 있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서 의원은 ‘정통 친박’이 아닌데다,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를 만들어 사실상 새누리당에게는 해당 행위를 한 다소 뜬금없이 나타난 정치권 선배일 뿐이다. 당내 초선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서 의원과는 연이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최 전 원내대표가 떠나고 남은 여당에서 골수친박 내지는 핵심친박으로 불리는 이는 10명도 채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파동으로 집권 1년을 허송세월하고 2년차에까지 영향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차에는 갖은 인사 참사로 시름했고, 2년차에는 세월호 참사 정국 속에서 난맥상을 겪고 있다. 집권 초 가장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낮은 ‘이상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닮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가 더 나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적어도 지난 정부에서 당 대표는 모두 친이계가 장악했었다는 말을 한다. 정몽준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 대표 체제를 거치면서 적어도 이 전 대통령 스스로가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뒀지만 당정 교감은 원활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황우여 대표에 이어 곧바로 비박계로 불리는 김무성 대표가 장악해버렸다. 당청 간 소통은 막혔고, 김 대표는 “할 말은 하겠다”고 벼른다.
이 전 대통령은 사람을 키웠다. 차기 여권의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무성 정몽준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등은 친박계가 아니다. 반면 박 대통령의 대권 바통을 이을 후계자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최경환 유정복 정도인데 앞서의 인사들과 뭔가 체급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글에서 사자(비박계)가 어슬렁거리며 돌아가고 있고 송아지(친박계)는 어미 소(박근혜) 곁에 아등바등하는 모습”이라고 빗댔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