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내 일각에서 끊임없이 조기 전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7·30 재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오는 7·30 재보선 이후 8월부터는 야권의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된다. 이는 앞서 김무성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린 여권의 당권 경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임기를 놓고 볼 때,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려있고 이는 차기 대선후보 선출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권에서 패한 진영 입장에선 패배가 곧 피비린내 나는 공천학살을 의미한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당직자의 말이다. 새정치연합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이를 공식화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정국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상당수 주자들이 조심스레 워밍업을 하고 있다. 현재로선 중진은 물론 향후 당헌·당규 개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부 초·재선 후보군들도 당권에 대한 도전 가능성을 되새기고 있다.
특히 보다 적극성을 띠는 유력 후보군들은 7·30 재보선 이후 8월께 조직 강화를 위한 비공개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한 중진 의원 측 인사는 “8월 중순경 150명 규모의 워크숍을 열 예정”이라며 “애초 6·4 지방선거 이후 7월 초로 계획했지만, 7·30 재보선의 무게감을 고려해 한 달 정도 연기했다. 이번 모임은 향후 당권 도전과 무관하지 않다. 강연자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도 섭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번 7·30 재보선을 기회 삼아 적지 않은 중진들이 알게 모르게 호남권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당선이 확실시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내려간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당권에 있어서 가장 많은 당원들이 몰려 있는 호남 조직을 공략하기 위한 술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호남 지역을 직접 내려갔다 왔다”며 “해당 지역에서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 조직이 차기 당권 도전에 임하면 큰 도움을 주겠다며 찾아왔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이미 새정치연합 물밑에서는 차기 당권을 향한 레이스가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김한길 안철수 공동지도부의 연이은 부침 탓에 조기전대 가능성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했다는 외부의 평가와 다르게 혁신모임을 중심으로 당내 일부 세력들은 ‘기초단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7·30 재보선을 앞두고 ‘기동민 돌려막기’와 ‘권은희 전략공천’ 등 혹독한 공천 내홍을 겪으면서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조기전대론이 나오고 있는 것.
김한길(왼쪽) 안철수(오른쪽) 공동대표가 권은희 후보와 함께한 모습.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은희 전략공천’으로 혹독한 공천 내홍을 치렀다. 이종현 기자
박지원 정동영 등 호남의 원로급 인사들은 물론 안철수 진영과 가까운 조경태 최고위원까지도 이번 공천 내홍에 대해 현 지도부를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는 실정이다. 만에 하나 이번 선거 결과 수도권에서 참패한다면 현 지도부의 책임론 제기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현 지도부가 살 길은 결국 완승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선전”이라며 “나머지 지역은 내주더라도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손학규(수원병), 정장선(평택을) 후보가 승리하고, 임태희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박광온 후보(수원정)가 선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차기 당권의 변수라 할 수 있는 조기전대론과 함께 당내에선 벌써부터 전당대회 룰의 변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새정치연합 당헌 25조 제1항과 2항이다. 1항은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 조항이며 2항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이다.
우선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출 제도로 당대표의 권한이 절대적)에서 과거의 집단지도체제(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 선출함으로서 당권을 분배받는 제도)로의 회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당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해 향후 공천학살을 방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대비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당권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당선이 힘든 군소후보들도 자신의 당권 진입을 위해 이를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보다 더 민감한 조항은 현재의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이다. 현재의 당헌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염두에 둔 주자들로서는 부담스러운 규정이다.
앞서 당권 도전을 시사한 의원 측 인사는 “구주류 친노 진영의 좌장 문재인 의원은 대권주자이면서도 경우에 따라 내년 당권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조금 더 폭을 넓혀 보자면 추미애, 김부겸, 김두관, 천정배 등 중진 후보군들 역시 마찬가지다. 당·대권 분리 조항 개정 가능성은 정국 하반기부터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정치평론가 역시 “당·대권 분리 조항이 개정 대상으로 떠오른다면 당내 내홍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