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배우 지원자는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맨얼굴로 오디션을 받는다. 사진은 에로영화 촬영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 DB
에로배우 매니지먼트사 B 대표는 2000년 초반 단돈 200만 원으로 호기심에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회사 대표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에로배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그는 매니지먼트사의 오디션 과정부터 입을 열었다.
-오디션 지원자는.
“오디션은 보통 유흥가에서 소개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물론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구인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는 지원자도 있지만, 업계에선 유흥가 알선 방식을 선호한다. 일반 지원자들은 갑자기 못하겠다며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여대생들도 지원한다던데 진실은.
“남녀 할 것 없이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삼아 한다. 몰래카메라(몰카) 형식으로 찍는 영상은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여대생들은 주로 몰카 영상을 찍는다. 한 달만 해도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 이 아르바이트를 끊지 못하고 반복한다. 가정주부가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도 몰카 영상을 찍으며, 상대 배우로 어린 남자를 선호한다.
-오디션 심사과정은.
“지원자들은 1차 심사로 얼굴 사진과 신체사이즈 등이 포함된 개인 프로필을 제출한다. 1차 심사에서 눈길을 끈 지원자는 회사 관계자와 외부미팅을 가진다. 이때 지원자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몸에 꽉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2차 심사에 임해야 한다.”
-오디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은.
“한 마디로 ‘정신상태’다. 지원자와 대화를 통해 에로배우에 임하는 자세와 의식을 본다. 이는 소송에 휘말릴 경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성과 관련된 일은 예민한 사안이라 지원자가 흑심을 품고 소송을 벌이면 매니지먼트사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다음 고려사항은 지원자의 몸매, 얼굴은 마지막 순이었다. 이에 그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한때 에로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여배우 하소연, 성은 등을 생각하지 말라. 최근 에로배우의 외모는 그때와 비교해 떨어지는 편이다. 회사에서 초기 투자 명목으로 가슴 확대 등 성형수술을 시켜주기도 한다.”
-오디션 장소는.
“커피숍과 같은 사방이 트인 곳이며, 매니지먼트사에선 절대 신체 노출을 강요하지 않는다. 모텔에서 누드로 진행하는 오디션은 의심해봐야 한다.”
-떠도는 소문으로 여겼던 불법 오디션이 실제로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불법 오디션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러한 업자는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길거리 헌팅 수법을 사용하진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 지원자를 모집한다. ‘비키니 화보 모델 급구’, ‘톱스타 노출 대역 필요’ 등의 제목으로 구인공고를 게재해 여성들을 유인하는데, 미팅 장소를 모텔로 지정하고 잠자리를 요구한다.”
-연기수업을 제공하는가.
“연극영화과 출신의 선배 배우가 신입을 교육하거나 신입을 대학로 연극단에 보내 5회 정도 연습에 참여시킨다. 이는 턱없이 짧은 기간으로 보이지만, 배우의 잠재성을 발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연기수업에 참여한 주변인들의 평가에 의해 일명 ‘발연기자’는 판가름이 난다.”
-에로배우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을 거친 에로배우는 주로 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다. 30일 기준으로 10일 정도 일을 하는데 수입은 한 달에 500만~600만 원 정도다. 이 모든 건 평균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수익은 늘어난다.”
-한 편당 얼마나 받나.
“저예산 에로영화 경우 회사에서 보낸 프로필만 보고 캐스팅이 결정된다. 촬영은 하루 안에 끝나며 여성은 100만 원 안쪽으로 받는다. 남성의 급여는 이보다 절반가량 적다.”
-한류문화가 열풍인 마당에 에로배우들의 해외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나.
“바로 옆 나라 일본만 해도 AV시장이 크고, 한국 여성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에로배우들이 정사신에서 실제 성행위를 해야 한다. 만약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AV영화를 찍었다면 인천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경찰에 연행될 것이다.
-가족, 친구 등 주변에 이 직업을 알리나.
“알릴 수밖에 없다. 아버지, 애인이 설사 에로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그들의 지인이 관람하고 있어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부모라도 돈을 갖다 주는 자식에게는 끝내 입을 닫는다더라. 애인과도 물론, 처음부터 직업을 까발리고 관계를 시작한다.
-결혼생활은 무리가 없나.
“여태껏 일을 하면서 에로배우가 결혼한 경우는 딱 한 번 봤다. 안타깝게도 에로배우의 애인은 순수한 의도로 접근하지 않는다. 에로배우에 대한 호기심에 상대가 먼저 관심을 보이면서 연인관계가 시작된다. 이후 수입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이런 까닭에 에로배우들의 이상형은 ‘착한 남자’다. 하지만 에로배우에게 접근해 오는 착한 남자는 무능하다. 컴퓨터만 두들긴다나 뭐라나.”
-기억나는 촬영 해프닝은.
“프로 에로배우 여자와 신입 남자배우가 촬영할 때다. 갑자기 여배우가 비명을 질러 촬영이 중단됐다. 남자가 신입이다 보니 공사를 잘못해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채 여배우와 정사신을 찍고 있었다. 공사란 남배우는 양말과 스타킹, 또는 생리대로, 여배우는 운동선수가 주로 사용하는 근육밴드를 이용해 중요 부위를 가리는 것을 뜻한다.
-하나만 더 얘기해 달라.
“관록 있는 남자배우일수록 발기가 빠른데다 애무기술도 좋다. 관록 있는 남배우가 신입 여배우의 성감대를 재빨리 알아채고는 그 부위만 집중 공략해 여배우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또 여배우가 남배우를 애무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중요 부위를 자기 손으로 감싸고 손 위를 핥아야 한다. 그것이 어설펐던 신입은 있는 그대로 애무를 진행했고 남배우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이후 그 여배우는 사랑에 빠졌다.
이시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