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통신 3사의 동의를 얻지 못해 워크아웃 절차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은 팬택 빌딩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4일 채권단은 팬택의 채권 중 금융기관 3000억 원, 통신사 1800억 원을 출자전환해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자고 가결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비록 채권단이 동의한다 해도 통신사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채권단의 가결은 무효가 된다. 즉 ‘조건부’였던 것이다.
통신사들의 답이 없자 채권단은 답변 시한을 지난 8일로 연기했고, 그때까지도 역시 통신사들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자 “통신 3사의 답변을 받을 때까지”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공을 통신 3사에 넘긴 것이며 이는 또 압박카드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왜 우리가 갑자기 팬택의 생사를 책임지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 역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출자전환에 동의하면 팬택에서 받아야 할 빚을 주식으로 받아 주요 주주에 올라선다. 주주가 되면 앞으로도 팬택의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자금을 추가 지원할 수도 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이준우 팬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며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채권단이 제시한 방안을 통신 3사가 검토해주길 간절히 호소합니다”라고 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통신사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에는 새로운 방안이 나왔다. 출자전환이 부담된다면 팬택의 채무를 2년간 유예해달라는 것. 이와 함께 통신사들이 한 달에 15만 대가량의 단말기를 구입해달라는 요청도 뒤따랐다. 그렇게 한다면 팬택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마저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채권단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이 온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월 15만 대 이상 단말기 구입 보장을 왜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번 영업정지로 각 통신사들에 팬택 단말기 재고량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월 15만 대 이상 구입 보장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택 관계자는 “채무 유예와 월 단말기 구입 보장을 우리가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면서도 “팬택은 시장점유율 15% 회사로 월 20만 대가량은 판매되는데 15만 대를 구입해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채무 유예와 단말기 구입 보장 요구가 팬택이 아닌 채권단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통신사들은 ‘우리만 팬택을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팬택협력사협의회까지 나서 ‘팬택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을 만큼 팬택과 협력업체들은 협력이 간절하지만 정작 이를 결정해야 하는 채권단과 통신사들은 서로 신경전만 펼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