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쇼미더머니3>에 출연 중인 여고생 육지담이 일진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왼쪽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육지담 비방 글과 가수 신해철의 옹호 트위터 메시지 캡처.
논란은 공방으로 비화됐다. 육지담 양이 일진이라는 글에 이어 “육지담이 술, 담배를 한 것은 맞지만 개념 없는 애는 아니었다”며 “육지담은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잘하는 편이었고, 주도적으로 누굴 괴롭히지 않았다. 담배를 핀 것은 집안사정이 안 좋아서 스트레스 때문에 못 끊었던 걸로 보인다”고 그를 옹호하는 또 다른 글이 올라왔다. 두 글을 두고 여러 인터넷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 란에는 다양한 네티즌 의견이 개진됐다. 하지만 공방만 있을 뿐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
결국 공은 <쇼미더머니3> 제작진으로 돌아갔다. 16일 오전 “육지담이 일반인 출연자고 아직 어린 학생이라 제작진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안이라 조심스럽게 다방면으로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이번 주 방송되는 3화에서는 육지담이 내용 진행에 필요한 부분만큼 출연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고 일단 화제의 인물을 출연시키겠다는 다소 무책임한 내용이었다.
논란이 오히려 가열되자 제작진은 불과 8시간 만에 재차 보도자료를 뿌렸다. 제작진은 육지담의 중고교 담임선생님과 접촉했다며 “선생님으로부터 ‘지담이가 잠시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것으로 들었지만 실제 담임을 맡는 동안에는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 학생이었다. 특히 랩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랩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착실한 학생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논란이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2000년을 전후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황을 이루면서 일반인 출연자들이 봇물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관심은 늘 논란을 동반했다. 누군가가 화제를 모으면 그를 둘러싼 무성한 뒷이야기가 떠돌며 진상 규명을 요구로 이어졌다.
SBS ‘K팝스타 시즌3’에 나왔던 16세 출연자도 일진 논란에 시달렸다.
그렇다면 왜 대중은 그들을 불편해하는 것일까? 미디어는 누군가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편집된 그림 속에서 누군가는 한없이 게으르고 비협조적인 인물이 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천사 같은 이미지로 포장된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다른 출연자가 이야기하는 도중 딴청을 피우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포착돼 ‘태도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대중이 그들의 숨겨진 진짜 모습을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 중심축이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중한 실력을 가진 출연자는 대중의 인기를 끄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이는 평소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봤던 이들에게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 특히 그에게 피해 입었던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SBS <송 포 유>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노래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교화를 이유로 피해자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일진’이라 불리는 가해자들을 미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수 이승철 등의 지도를 받고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참여했던 교화 학생 중 한 명이 폴란드에서 미성년자가 갈 수 없는 클럽에 출입하고 음주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가열됐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진 논란에 시달리는 일반인 출연자가 현재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미성년자라는 사실이다.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그런 그들이 “일진 출신이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 하나로 상처받는 건 결코 정당하지 않다.
물론 그들이 실제 일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과거 조직폭력단의 일원이었다거나 “전과가 있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출연한다. 그들은 “새 삶을 살고 싶어 어두운 과거를 고백하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고 싶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중은 그들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마찬가지로 여러 중고등학생들이 저간의 사정으로 ‘일진’이란 불리는 존재가 된다. 물론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일진이라 불렸단 이유로 꿈까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미성년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PD는 “스스로 질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고백하는 미성년자 출연자도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편집 없이 고스란히 내보내 ‘마녀사냥’을 당하게 하거나, 아예 출연을 금지시키는 것 또한 역차별”이라며 “출연진의 프로필을 체크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그들의 꿈까지 짓밟는 일부 네티즌의 무분별한 공격 또한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