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탈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표 한류스타 비와 장근석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박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해명과 별개로 연예계 안팎에서는 중국 한류를 겨냥한 듯보이는 이번 조사를 두고 여러 시선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중국 한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신드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때에 갑자기 왜 검찰 조사가 진행됐는지를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14일이다. 검찰이 앞서 6월께 한류스타들의 중국 공연 및 행사를 담당해온 H 사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 회사 대표인 A 씨는 그동안 한류스타 10여 명의 중국 활동을 도왔다. 국내외 연예인들과도 인맥이 두터운 유명인사다. 검찰은 그런 A 씨가 한류스타들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출연료를 받아 자신이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른바 ‘환치기’ 등의 수법을 통한 비합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H 사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도 확보했다.
한류스타들이 중국서 벌어들이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광고 한 편 출연 단가가 10억~20억 원을 호가한다. 드라마 출연료 역시 국내의 2~3배 수준이다. 수입이 높은 만큼 납부해야 할 세금의 규모 역시 상당하다. 검찰은 환전수수료를 피하고 소득 역시 잡히지 않도록 세금 탈루 방법이 악용돼 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실명이 거론된 장근석과 비는 곧장 대응에 나섰다. 장근석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는 “해외 수입에 관련된 조세 포탈 정황은 명백한 허위”라며 “장근석이 탈세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내용도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비 역시 소속사 큐브DC를 통해 “중국 내 이벤트 섭외를 진행한 행사 기획사와 모든 건에 대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출연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정확하고 투명한 수입을 토대로 소속사 공식 계좌를 통해 전액 지급받아왔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해당 서류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강경한 대응과 맞물려 “국세청의 협조를 구해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검찰 입장이 나오면서 이번 논란은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하지만 ‘왜’를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실명이 알려진 장근석, 비 외에 검찰은 H 사와 손잡고 중국서 활동한 또 다른 한류스타 10여 명에 대한 의혹도 함께 조사 중인 탓에 향후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연예계에서 특히 의문을 품은 부문은 수사 시기다. 왜 하필 중국 내 한류 열풍이 거세진 시점에서 인기 스타들을 대상으로 탈세 혐의 조사가 이뤄지는 지를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검찰이 특정 스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H 사를 통한 탈루 혐의를 밝혀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지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중국 한류에 대한 대중문화계의 지원과 반응이 긍정적인 상황에서 중국 한류스타들의 혐의를 무더기로 적발하는 분위기라는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며 “검찰 일각에선 스타 한 명에 대한 여러 혐의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H 사를 찾아냈다는 의견이 신빙성 있게 제기된다”고 했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중국 시장이 워낙 큰 데다 그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연예인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연예 관계자들도 여럿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경쟁을 벌여야 하는 탓에 서로가 서로를 향한 견제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특정 스타나 회사가 시장을 선점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면 상대적으로 뒤처진 업체들로부터 경계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10여 년 전에도 비슷한 피해들이 일어났다”며 “요즘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을 하려는 업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지닌 특수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일본이나 미국 등 기타 지역에 비해 출연 계약서 등에 허점과 해석의 차이가 존재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탈세 등 위법을 저지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예계는 검찰과 국세청 조사 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개된 이름 외에 또 다른 스타의 실명이 거론되거나 혐의가 입증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