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응용 감독(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선동열 감독(사진제공=기아 타이거즈), 이만수 감독(사진제공=SK 와이번스).
# 한화 김응용 감독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면서 팀 재건을 꿈꿨던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최하위에 머물며 김응용 감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한화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번이나 꼴찌에 머물렀다. 올 시즌만큼은 더 이상의 꼴찌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정근우, 이용규 등 대형 FA를 영입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했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와 선발과 불펜진이 붕괴하면서 희망도 답도 없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프로야구 해설위원 A 씨는 한화의 문제점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라고 꼽았다.
“김응용 감독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키워서 주전 멤버로 성장시키는 걸 좋아했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지금 한화는 그런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이 없다. 김 감독이 자신의 주 전공을 살릴 만한 자원도, 또 시간도 부족한 것이다. 더욱이 삼성에서 사장을 역임하며 현장을 떠났던 공백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코치들은 코치들대로,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대화가 되지 않고 겉도는 모습을 보인다. 이전의 김 감독은 잘못된 심판 판정이 벌어지면 득달같이 뛰쳐나와 거세게 항의를 했던 분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로선 최연장자 감독이다 보니 체면도 차려야 할 것이고, 나이 먹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쌓이면서 한화는 올해도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특히 A 위원은 “무엇보다 김응용 감독이 가장 믿고 의지했던 김성한 수석코치가 팀을 떠났다는 것은 감독과 코치 사이의 소통 부재라는 걸 증명한 일”이라고 단정지었다.
외국인 투수들도 김 감독에게 골치 아픈 존재로 남았다. 시즌 초 김 감독이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던 주인공, 케일럽 클레이와 앤드류 앨버스는 실패작으로 끝났다. 케일럽 클레이는 6월 초 방출됐고, 앤드류 앨버스는 선발투수로 기용됐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해설위원 B 씨는 “한화가 투수 쪽에서 심하게 헤맨 바람에 올 시즌 승부를 걸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외국인 선수의 최종 결정은 감독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구단에서 강하게 추천을 했다고 해도 결국 그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를 보는 안목에서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2명의 투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외야수 피에다. 그는 분명 좋은 선수다. 하지만 한화의 전력상 외야수보다는 내야수를 데려왔어야 했다. 삼성의 경우 2루수 나바로를 영입하면서 부상 당한 조동찬의 빈자리를 확실히 메웠다.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보배같은 존재가 됐다.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을 간과한 영입 실수라고 생각한다.”
해설위원 A 씨는 “얼마 전 감독방에서 김 감독과 여러 얘기들을 나눴는데, 김 감독도 올 시즌을 마치면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마무리를 잘 하고 나가고 싶은데,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굉장히 힘들어 했다”는 말로 김 감독의 현재 심경을 전했다.
# KIA 선동열 감독
부임 첫 해 정규리그 5위, 그리고 지난해 선두에서 8위까지 급전직하, 하물며 신생팀 NC한테 밀리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KIA 타이거즈 얘기다. 그래서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은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재계약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지만, 고향팀 KIA에서 성적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하지만 국보투수 출신의 감독이 이끄는 팀답지 않게 불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쇼’로 일관했고, 공격 역시 소극적인 작전 구사로 인해 팬들의 거친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외국인 투수의 저조한 경기력도 고민거리였다. 선발 요원 홀튼과 마무리 요원 어센시오가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서 투수진이 흔들리고 말았다. 홀튼은 한때 일본 리그 다승왕(2011년 19승)의 주인공. 그러나 어느새 ‘아, 옛날이여’가 돼버렸다. 어센시오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구속도 시속 150㎞ 이상 나오지만, 심한 기복으로 인해 평균자책점이 4.46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마무리 투수로선 ‘꽝’이나 마찬가지다.
선수 출신 해설위원 C 씨는 “지난해 말 이순철 수석코치가 팀을 떠나면서 선동열 감독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순철 전 수석코치가 사퇴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외부에 노출됐고, 그로 인해 한동안 KIA 코칭스태프가 어수선했었다. 가까스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전지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며 지난해보다는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상 선수가 늘어나면서 선 감독의 구상에 많은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력이 강한 감독이라 후반기에는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해설위원 B 씨는 “오늘날 감독의 역량은 게임 운영 능력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팀을 잘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유무에 달려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선 감독한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선 감독이 팬들과 기자들, 특히 광주 지역지 기자들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SK 이만수 감독
지난해 한 차례 경질설에 시달렸던 이만수 감독.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서기도 했지만,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서 전반기를 8위로 마감하는 ‘황당쇼’를 펼쳤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로선 8위라는 순위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부상 선수의 속출로 팀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SK 팬들은 이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또 다시 이 감독의 경질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설위원 A 씨도 이 감독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부상 선수가 많다고 해도 SK 야구에 구멍이 많이 생겼다. 이전에는 SK를 상대하는 투수가 굉장히 부담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왔다면, 지금은 SK를 만만하게 본다고 하더라. 얼마전 이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공개 언쟁을 벌이다 방출 당한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 사태도 이 감독의 지도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전 김성근 감독은 엄청난 훈련량으로 인해 선수들의 불만을 샀지만, 결과를 내보임으로써 나중에는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감독은 성적을 내는 자리다. 이 감독은 SK에서 수석코치부터 시작해서 무려 8년 넘게 한 팀에서 머물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주어졌지만,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이후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는커녕 성적 부진으로 선수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해설위원 B 씨는 “SK가 지금과 같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이 감독의 자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SK는 우승을 시킨 감독을 내보낸 팀이다. 이 감독을 감독에 앉히기 위해. 그런데 그 감독이 우승은커녕 팀을 하위권으로 추락시켰다. SK 구단 관계자들로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스포츠는 성적을 내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야구를 해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팬들은 등을 돌린다. 현재 문학경기장의 관중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해 구단과 이 감독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해설위원 A 씨는 또한 위의 세 팀뿐만 아니라 두산, 롯데도 올 시즌 성적에 따라 감독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을 돌며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니 어떤 팀들은 감독이 ‘알아서’ 사퇴해주길 바라는 팀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작 해당 감독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고 귀띔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