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섭 김현양 등이 담당형사 고병천 씨에게 보낸 옥중 편지.
고 씨는 기자에게 편지를 건네면서 사형수가 된 그들의 편지를 받아볼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논픽션 다이어리>에서 고 씨는 사형제도를 언급한다. 지존파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주민들이 어디 가서 동네 이름을 창피해 말 못한다는 걸 듣고 ‘그들이 그렇게 사는 동안 그 주변 사람들은 과연 뭘 했는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만든 데는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형제도는 존립해야 한다’고 힘겹게 털어놓는 장면은 고 씨가 그동안 사형제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는지 보여준다.
“저는 이 안에 들어와 난생 처음 하나님이란 구세주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한일이 진정 나쁜 일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영접한 다음부터 죄인임을 깨달아 늘 참회하는 기도를 들이고(드리고) 있습니다.(중략)”(강문섭)
“진정한 참회의 눈물 속에서 반성의 일로로 매진하며 나보다는 남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반장님! 이런 죄많은 인간을 위하여 신경 써주시며 귀한 물질적 도움까지 주시는 고마움에 무어라 감사의 표시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중략)”(김현양)
“저이에게(저희에게) 인간적으로나마 대해준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제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내요(같네요). 사회에 모든 범죄자들 그리고 낮분짓(나쁜짓) 하는 사람들 다 한번만의 생각하면 범죄는 안 일어날 것인데 하는 생각 지금 와서 반성한다는 그 자체가 제자신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넓어진 것 같읍니다.(중략)”(강동은)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