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한 뉴스채널에서 권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보좌진이 인터뷰 요지를 물으니 ‘출마의 변’을 듣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에게 출마의 변이라니. 그 보좌진은 “요즘 인터뷰 요청이 많은데 다수가 광주의 딸 권 후보를 잘못 알고 연락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포털사이트에선 권은희 후보 패러디 사진에 권은희 의원을 내거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선 “걱정마시라. 국회는 동명이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곧 둘 중 하나는 금배지가 떨어질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19대 국회 들어 동명이인 의원 ‘두 짝(4명)’ 중 각각 한 명씩 2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이재영 의원은 경기 평택갑의 이재영 의원과 동명이인이어서 고생했다. 평택갑 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는데 비례대표인 자신에게 심심한 위로의 전화가 쏟아진 것이다. 의원실 전화통에 불이 났고 일일이 해명하느라 혼쭐이 났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같은 당이면 측은지심이라도 있지만 상대 당 의원 때문에 괴로워하는 의원도 있었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영주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혼이 났다고 한다. 새누리당 김 의원은 남자이고 새정치연합 김 의원은 여자임에도 이름만 듣고 위로와 격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 김 의원이 송사에 휘말리자 동료 의원들에게 “제발 이름 앞에 당명을 좀 붙여달라”고 읍소했고, 기자들이나 주변인들에게도 같은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