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미’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신세계는 올해에만 기존 메이저 편의점 300개 이상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는 현재 2만 5000개가 넘는다. 편의점 시장은 포화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위드미도 기존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위드미의 타깃은 기존 편의점 점주들이다. 이미 기존 메이저 편의점에서 위드미로 갈아탄 사례도 있다. 향후 점포 하나를 놓고 복수의 업체에서 뺏고 뺏기는 ‘혈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에는 벌써 대기업 계열 편의점 슈퍼바이저(관리자)들이 자리를 옮겼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위드미에게 시장 포화 말고도 장애물은 또 있다. 주변의 시선도 따갑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는 신세계가 위드미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장애물들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위드미를 앞세워 편의점 시장에 기어코 뛰어들었다. 신세계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잇달았다. 이마트의 실적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실적은 최악이라 할 만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6월 영업이익이 3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했고, 신세계 2분기 영업이익은 8% 감소했다.
위기의 신세계에 편의점 사업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 전문 업체로서 새로운 사업을 찾는 중 편의점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업계를 들여다보니 과도한 로열티로 인해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과 달리 상생형 모델을 만들어 점주와 프랜차이즈 본부가 윈-윈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의 계약 구조가 기존 편의점 체계와 위드미는 사뭇 다르다. 기존 편의점이 매출이익(마진)의 20~35%를 떼 가는 로열티 구조인데 반해 위드미는 한 달에 일정액만 내는 정액제 구조다. 기존 편의점들은 본사 차원에서 24시간 영업을 사실상 강제했지만 위드미는 24시간 영업에 대한 판단을 점주들에게 넘겼다. 가격도 본사가 추천은 하지만 결정은 점주가 한다. 점주들을 배려하는 조건을 보면 기존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이적해올 것으로 신세계 측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지휘하는 기존의 편의점과 달리 위드미는 점주 위주로 운영돼 편의점마다 조금씩 달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며 “소비자의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본사가 관리하는 기존 편의점의 장점”이라고 위드미의 공세를 대수롭지 않아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의 강력한 관리가 매출에 도움이 되고 위드미 매출보다 더 높다면 점주들도 기존 편의점 체계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편의점 본사도 위드미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이 1년이나 2년 된 것이 아니라 20년 넘게 지속됐다. 이처럼 오래 된 편의점 시장에서 대부분의 편의점이 같은 구조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해준다”며 “월정액만 받으면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위드미가 기존 편의점과 달리 월정액이라는 파격을 선택한 것에는 상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드미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게 되면 각 편의점 매장을 통해 신세계그룹 상품들의 새로운 판로도 자동으로 열린다. 이마트에서 볼 수 있는 PB(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 신세계푸드에서 생산하는 즉석 조리 제품의 판매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자가 위드미 ‘견본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PB 상품의 비율이 높아보였다. 신세계푸드가 위드미에 상품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위드미가 나오게 되면 신세계푸드나 이마트 상품 등에서 시너지가 나는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편의점 시장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노인 인구 급증, 1인 가구 증가 등의 환경적 변화가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마트를 대표로 하는 대형마트 사업이 주춤한 대신 편의점 등의 근린소매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세계 측도 위드미를 편의점에 국한시키기보다는 ‘동네 이마트’ 형태로 꾸려갈 예정이다. 취급하는 생활용품을 늘리고 신선식품의 비율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위드미의 단기적인 목표는 ‘점포 2500개 달성’이다. 신세계는 위드미 점포가 2500개를 넘는 순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분석했다. 2500개는 전체 편의점 시장의 10% 크기다. 조두일 위드미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3~4년 후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 봤다. 조 사장은 “(목표를 달성하기 전) 2~3년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을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사장은 “올해에만 기존 메이저 편의점 300개 이상을 유치하겠다”고 밝혀 기존 편의점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기존 편의점 업계는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언론에 보이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일선 점주의 반응이 크지 않다”며 “위드미의 방식은 베테랑에게는 좋을 수 있어도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것에서는 우리를 따라갈 수 없다. 모두에게 딱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 관계자도 “앞으로의 판세는 위드미가 본격적으로 나온 이후에 뚜렷해질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