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나쁜 외국인선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실은 좋은 용병들이 훨씬 많다. 한국 리그에서 장수하면서 진짜 ‘동료’가 되어가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 머물더라도 따뜻한 심성으로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나는 선수들도 있다.
‘정(情)’과 ‘위계질서’를 동시에 중시하는 한국 야구의 양면적 문화는 용병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A 구단 출신의 한 투수는 “선수단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편하지만, 그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B 구단 출신의 타자도 “미국에서는 상대팀 선수들이 원정팀 클럽하우스에 들어오는 일이 없을뿐더러 아무리 친해도 인사 정도만 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라면서 “문화적 차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조금 아쉽다”고 털어놨다. C 구단 출신 용병투수는 “심판들이 선수들을 야구 후배로 대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괴로운 건 당연히 ‘언어’의 장벽이다. 대부분의 용병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D 구단 출신 타자는 “야구장에는 통역 담당자가 있지만, 구장을 벗어나 식당에만 가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족을 고향에 두고 온 용병들은 시즌 내내 외로움을 동반한 향수병과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E 구단에서 뛰고 있는 용병 타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를 매니저로 고용해 한국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