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개봉되면서 해외에서의 원제목이 국내용으로 바뀌는 영화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영화 역시 이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성룡이 경찰로 나오는 만큼 그의 형사물 대표작인 <폴리스 스토리>의 이름을 활용한 국내 개봉 제목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룡만 나올 뿐 <폴리스 스토리>의 핵심 출연진인 애인 장만옥과 반장 동표가 빠졌다. 게다가 성룡의 극중 이름 역시 ‘진가구’에서 ‘종 반장’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실제 홍콩 개봉 제목은 <폴리스 스토리 2013>이다. 원제는 <警察故事 2014>(영어 제목은 Police Story 2013)이다. 러닝타임 108분. 국내에선 2014년 1월에 개봉한 터라 제목이 <폴리스 스토리 2014>로 변했다. 개봉 시기에 따라 2013이 2014로 변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제목이다.
그렇다면 기존 <폴리스 스토리>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성룡이 ‘진가구’ 역할로 나와서 동표 반장의 지시를 받고 애인 장만옥과 호흡을 맞춘 시리즈는 92년에 개봉한 3편까지다. 85년에 1편이 개봉되고 88년에 2편, 그리고 92년에 3편이 개봉해 세 편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96년에 <폴리스 스토리4>가 개봉하는 데 동표 반장은 함께 했지만 장만옥은 출연하지 않는다. 성룡이 ‘진가구’ 캐릭터로 나오고 동표 반장도 출연하는 만큼 <폴리스 스토리> 정통 계보이긴 한데 장만옥이 빠졌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성룡이 직접 주연과 감독을 한 1,2편만을 정통으로 보기도 하며 당계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3편과 4편까지를 정통 시리즈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장만옥이 출연한 3편까지를 정통 시리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2004년에 개봉한 <뉴 폴리스 스토리>(新警察故事. 영어제목 New Police Story)은 분명 기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와 별개의 영화다. 주인공은 여전히 성룡이지만 극중 배역의 이름이 ‘진가구’가 아닌 ‘진국영’이다. 결국 성룡이 경찰(폴리스) 배역을 맡은 이야기(스토리)의 영화이긴 하지만 기존 시리즈와는 별개의 영화인 셈.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폴리스 스토리 2014> 역시 기존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영화다. <뉴 폴리스 스토리>와도 무관하다. 따라서 제목만 <폴리스 스토리>일 뿐, 기존 시리즈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임을 알고 관람해야 한다. 성룡의 배역 역시 기존 시리즈와는 이제 성까지 달라진 ‘종 반장’이다.
기본적으로 <폴리스 스토리 2014>는 매우 무겁고 진지한 경찰 영화다. 딸에게 미움을 살 만큼 일만 알고 살아온 형사반장 ‘종 반장’은 범인을 잡을 때에도 늘 인간미를 버리지 않는 천상 형사다.
딸을 만나기 위해 유흥가의 한 최신 술집을 찾은 ‘종 반장’은 폭탄까지 활용한 인질극에 휘말린다. 알고 보니 ‘종 반장’은 우연히 인질극에 휘말린 것이 아니었다. 인질극이 종 반장이 5년 전에 관련됐던 사건에서 비롯됐으며 당시 관련 인물들이 인질이기 때문이다.
대본은 나름 탄탄하다.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나리오는 톱니바퀴 물리듯 돌아가고 이 과정에서 막판에는 종 반장과 딸의 오해까지 풀리게 된다. 범인이 복수를 위해 인질극을 꾸민 5년 전 사건으로 인해 종 반장 역시 딸과 사이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성룡의 액션과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그렇지만 <폴리스 스토리 2014>에는 코믹 요소가 거의 없다. 성룡은 여전히 액션 연기를 선보이지만 과거의 수려한 액션은 아니다. 대신 진중한 내면 연기를 통해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
따라서 기존 <폴리스 스토리>는 잊고 성룡이 출연하는 진지한 형사물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영화를 한 편 관람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부인의 사망 이후 사이가 소원해진 딸을 만나기 위해 유흥가의 최신 유흥주점인 ‘우’클럽을 찾은 강력계 형사 ‘종 반장’(성룡 분). 너무 달라진 딸(경첨 분)의 모습에 당황하고 문화적인 차이가 큰 우 클럽의 분위기에 당황해 있던 종 반장은 갑작스런 습격을 받는다.
범인은 딸이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우클럽의 사장인 ‘우’(유엽 분)다. 딸과 함께 우 클럽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딸이 인질로 잡히면서 ‘종 반장’ 역시 탈출을 포기하고 우 클럽 안에 남는다.
폭탄까지 활용해 인질극을 벌이는 ‘우’ 일당이 원하는 것을 무엇일까. 인질극이 지속되면서 ‘우’는 경찰과 협상에 돌입하는 데 이 과정에서 ‘종 반장’은 충격적인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된다. 인질로 잡힌 이들이 모두 자신이 5년 전 개입했던 한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것. 게다가 ‘우’는 5년 전 사건으로 체포돼 복역 중인 범인을 우 클럽으로 보내라는 요구를 한다.
결국 딸이 자신에게 우 클럽에서 만나자고 했던 것 역시 ‘우’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는 종 반장. 게다가 ‘우’는 ‘종 반장’의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종 반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게 된다.
과연 5년 전에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우는 왜 그날의 일을 복수하기 위해 이런 인질극을 벌이며 종 반장을 유인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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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분명 <폴리스 스토리 2014>는 기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와는 전혀 무관한 영화다. 단지 성룡이 경찰로 출연한다는 부분만 공통점일 뿐이다. 따라서 코믹과 액션이 돋보인 기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와는 무관한 영화다. 대신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진지한 형사물 영화로 제작됐다. 성룡의 진지한 내면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들 가운데 한 편으로 코믹을 빼고 액션도 조금 줄였음에도 성룡의 매력은 더욱 배가된 느낌이다. 그냥 형사물 영화로 보기에도 충분히 좋은 영화다. 조금은 어둡지만 진중한 감독의 연출이 진지한 배우들의 연기를 만나 잘 구성된 시나리오를 통해 좋은 형사물 영화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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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들의 가장 큰 한계는 스토리다. CG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영상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영화 산업이 발달했지만 시나리오는 오히려 점차 퇴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할리우드에선 기존 영화의 리부트 시리즈가 인기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기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리부트 시리즈는 아니고 별개의 영화다. 다면 범죄를 다룬 형사물로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뭔가 새롭다는 느낌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말은 되는 형사물 영화’라는 점에선 점수를 줄 만 하다. 요즘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내지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 얼개를 가진 엉성한 형사물 영화도 많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