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류원기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상황이 속속 전개되고 있다. 골프 파문은 류 회장과 실세 총리가 가까워진 배경에서 출발, 점점 ‘살’이 붙으며 이 총리 및 측근 정부 인사들이 류 회장의 사업을 확장시켜주고 범법 사실을 눈감아주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과거 정국을 뒤흔든 대형 게이트 사건 때처럼 류 회장 개인과 관련한 각종 구설수도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골프 모임에서 불거진 논란의 핵심은 역시 이 총리와 류 회장, 그리고 이 총리 측근 정부 인사와 류 회장이 만났던 자리와 골프 모임의 성격이다.
골프 파문 수사에 나설 검찰도 이번 3·1절 골프를 포함, 이 총리 측과 류 회장이 접촉한 모임 전체가 단순히 친목 차원의 만남이었는지 아니면 로비나 대가성 접대를 위한 모임이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검찰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과연 류 회장이 어떠한 식으로 총리와 만났으며, 공식적으로 총리를 처음 만난 시점으로 알려진 2004년 9월 이전에도 이 총리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게 하는 사안이다.
현재까지 각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제기된 류 회장 관련 의혹은 네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혹이 불거진 시점과 만남의 시점이 교묘하게 겹친다.
우선 최근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지난 2004년 9월 이 총리가 류 회장과 저녁 식사를 한 것이 로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 따르면 영남제분은 2004년 하반기 증권거래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 해 3월 29일부터 6월 30일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남제분은 증권거래소로부터 추적 조사를 당했고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부가 그해 9월 20일 영남제분의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 심리부로 검토를 의뢰했다. 그러나 심리부는 지난해 1월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금감원도 2005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문제는 류 회장이 이 총리를 만난 날짜가 심리부가 영남제분의 주가 조작 조사를 시작할 시점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로비 목적의 모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어떻게든 당국의 압박을 피해야 하는 시급한 위기에 처한 류 회장이 아무 목적 없이 총리를 만났을 리 없다는 해석과 맥을 같이 한다.
두 번째 의혹은 부산 지역에서 이 총리의 ‘집사’로 불리며 이번 골프에 참석한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 재직 시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부분이다.
교직원 공제회가 지난해 5월부터 100억 원가량을 기본적 검증철자 없이 영남 제분에 투자한 것은 사실상 특수 관계에 의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매입한 후 영남제분이 지난해 11월 25일 자사주 195만 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처분,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전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차관과 류 회장이 이미 10년 전 부산시 체육회에서 임원을 함께 맡은 사실이 알려졌다. 뒤이어 이 차관 후임으로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 임명된 김평수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영남제분 주식 매입이 마무리될 시점인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이기우 차관, 류 회장과 만났다고 시인하면서 교원공제회와 영남제분간의 주식 거래에 전·현직 이사장이 개입됐고 접대 목적을 위해 만남이 성사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 번째로 3·1절 골프 모임이 있기 전날인 2월 28일 공정위가 밀가루 담합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의결하면서 류 회장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부분도 주목의 대상이다. 공정위가 총리실 산하 조직이고 이 총리와 류 회장이 낯선 사이가 아닌 만큼 단순한 골프 모임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류 회장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류 회장의 개인 및 가족과 관련한 구설수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01년 주가 조작으로 기소될 당시 류 회장의 영장을 기각시킨 해당 법원장이 영남제분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으며, 전처인 윤 아무개 씨가 판사 사위와 사위의 이종사촌여동생인 하 아무개 씨 사이를 의심, 조카와 그 친구 등을 시켜 살해(하 양 살해 사건)하도록 한 혐의로 무기 징역이 선고된 사실도 밝혀졌다. 류 회장은 5공 말기 대선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조직에서 노 대통령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류 회장의 공식적인 고교 학력도 거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복고를 중퇴했다고 밝혔으나 경복고 관계자는 “류 회장이 경복고를 다녔다는 기록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