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은 이렇게 70대 노파의 죽음으로 시작됐다.
2차 사건은 1차 사건 이후 2주 만에 태안읍 양산리에서 일어났다. 피해자는 송탄에 살고 있던 박 아무개 양(당시 25). 1986년 10월 20일 수양 어머니를 만나러 이곳에 왔다 9시경 집을 나섰던 박 양은 3일 뒤에 사체로 발견됐다. 역시 알몸 상태였다.
3차 사건은 두 달 뒤인 1986년 12월 12일 1차 사건 때와 동일한 태안읍 안녕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스물네 살의 권 아무개 씨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댁이었다. 야근을 하는 남편의 회사 근처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탄 것이 밤 10시경.
그 이후로 권 씨의 행방은 묘연했고 정확히 131일 후 자신의 집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논둑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1987년 4월 23일이었다. 사체는 심하게 부패돼 부검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범인은 이전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범행 수법을 남겨두었다. 피해자가 입었던 거들과 스타킹으로 재갈을 물렸고 다른 한쪽 스타킹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던 것. 그리고 피해자의 팬티가 머리와 얼굴에 씌어져 있었다. 팬티에서는 정액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역시 혈액형 판정은 불가능했다.
4차 사건은 1986년 12월 14일 정남면 관항리 논둑에서 발생했다. 이날은 비가 왔고 피해자인 이 아무개 양(당시 21)은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한때 ‘비오는 날, 빨간 색 옷을 입지 말라’는 루머는 이때 생긴 것이었다. 일주일 뒤 발견된 이 양의 사체는 3차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당했다.
5차 사건인 홍 아무개 양(당시 18) 살해 사건은 1987년 1월 10일 밤 8시 15분 경 태안읍 황계리에서 발생했다. 다음날 오후 논바닥에서 발견된 사체의 부검 결과 범인은 피해자의 털목도리를 이용해 목을 감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입었던 블라우스 끈 등에서 정액과 혈흔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2일 밤 발생했다. 태안읍 진안리에 사는 박 아무개 씨(당시 29)였다. 7일 뒤 발견된 박 씨는 자신이 입었던 블라우스와 브래지어에 목이 감긴 채 발견됐다. 범인은 현장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발자국으로 미루어 볼 때 범인은 신발 사이즈 245mm를 넘지 않는 신장 170cm 미만의 남성이었다. 또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았다.
6차 사건의 피해자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남편을 마중 나갔다 강간 피살된 박 아무개 씨(30). 사체는 태안읍 진안리 야산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대담하게도 국도변에 서 있던 피해자를 노렸다. 5차까지의 사건을 토대로 1번 국도의 남쪽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쳤던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반대쪽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7차 사건은 1998년 9월 7일 밤 9시 30분경 화성시 팔탄읍 가재리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귀가하던 안 아무개 씨(당시 54). 그동안의 사건이 주로 태안읍에서 발견된 데 반해 이 사건은 태안읍에서 수원역을 거쳐 29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범인은 피해자의 블라우스로 양손을 결박했고 양말과 손수건으로 재갈을 물렸으며 블라우스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안 씨의 질 속에서는 복숭아 조각들이 발견됐다.
8차 사건은 1998년 9월 16일 새벽 2시경 태안읍 진안 1리에서 박 아무개 양이 자신의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현장에서 수거한 음모로 범인은 다음 해인 1989년 7월 25일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모방 범죄로 분류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DNA 분석기법을 도입해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였다.
9차 사건은 7차 사건 이후 14개월 만에 일어났다. 1990년 11월 15일 오후 6시 30분경 중학교 1학년생인 김 아무개 양(14)은 하교 길에서 실종됐고 다음날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으슥한 오솔길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피해자의 가슴에는 20회 정도 얇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김 양의 질 속에서 도시락과 필통에서 꺼낸 볼펜, 수저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지문 1점, 정액, 흰 머리카락을 발견해 B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지막 사건은 1991년 4월 4일 아침 9시 30분경 화성시 동탄읍 반송리 입구 야산에서 권 아무개 씨(69) 사체가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전날 수원에 사는 딸을 보러 갔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했다. 당시 이곳은 유사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어 야간 경찰력 배치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곳. 역시 스타킹으로 목이 졸려 숨진 권 씨의 사체 부검 결과 질 내부에서 양말이 발견됐다. 정액을 검출해 분석한 결과 범인은 B형으로 밝혀졌다.
1차 | 2차 | 3차 | 4차 | 5차 |
86년 9월 15일 (발생 추정) 86년 9월 19일 (발견)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 이 아무개 씨(71). 하의 벗겨지고 다리 X자형으로 복부에 밀착됨. | 86년 10월 20일 (발생 추정) 86년 10월 23일 (발견)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 박 아무개 씨(25). 나체 상태로 수로에 유기. 가슴에 흉기자국. | 86년 12월 12일 (발생 추정) 87년 4월 23일 (발견) 태안읍 안녕리 축대. 권 아무개 씨(24). 스타킹으로 교살.팬티를 머리에 씌움. | 86년 12월 14일 (발생 추정) 86년 12월 21일 (발견) 정남면 관항리 논둑. 이 아무개 씨(21). 스타킹으로 교살. 우산으로 음부 난행. | 87년 1월 10일 (발생 추정) 87년 1월 11일 (발견)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 홍 아무개 양(18). 털목도리로 교살. |
6차 | 7차 | 8차 | 9차 | 10차 |
87년 5월 2일 (발생 추정) 87년 5월 9일 (발견) 태안읍 진안리 야산. 박 아무개 씨(30). 브래지어와 블라우스로 교살. | 88년 9월 7일 (발생 추정) 88년 9월 8일 (발견)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 안 아무개 씨(54). 블라우스 끈으로 교살. | 88년 9월 16일 (발생 추정) 88년 9월 16일 (발견)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 박 아무개 양(13). 피의자 검거. | 90년 11월 15일 (발생 추정) 90년 11월 16일 (발견) 태안읍 병점5리 야산. 김 아무개 양(14). 스타킹과 블라우스로 교살. 음부난행. | 91년 4월 3일 (발생 추정) 91년 4월 4일 (발견) 동탄면 반송리 야산. 권 아무개 씨(69). 검은천으로 교살. 음부난행. |
양하나 프리랜서 han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