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퀸즈블레이드가 메니피의 대표적인 자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먼저 1위는 이미 언급한 대로 메니피다. 메니피는 할란(HARLAN)의 자마다. 대상경주 우승 3회, 2위 3회를 차지하며 올 상반기 동안 자마들이 41억 7250만 원을 벌어들였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010년 29위를 차지한 이후 2011년 2위로 급부상했고, 2012년부터는 다른 씨수말들을 압도하고 있다. 올해 활동한 대표적인 자마는 코리안더비에서 10마신 대승을 거둔 퀸즈블레이드다. 퀸즈블레이드의 사례에서 보듯 메니피의 자마들은 암말 가운데에서 대형마가 많이 나온다. 지난해 오크스배에서 우승해 미국으로 수출된 스피디퍼스트도 메니피의 딸이다.
최근 걸음이 터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심신지려나 우아등선 같은 말도 메니피의 딸이다. 수말 자마들 중에서도 광교비상, 경부대로 등 우수한 말들이 즐비하지만 암말에 좀더 관심을 가질 만한 혈통인 것은 분명하다.
2위는 27억 8490만 원을 수득한 포리스트캠프다. 미국에서 리딩사이어 2회를 지낸 유명한 씨수말 데퓨티미니스터의 자마다. 2012년 4위로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2위에 이어 올해에도 2위를 지켜내면서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출전자마 숫자를 보면 오히려 메니피보다 근소하게 우세하다. 지난해에는 1년간 메니피가 131두를 출전시킨 데 반해 140두를 출전시켰고, 올해에도 메니피보다 4두가 많은 114두의 자마들을 경주에 내보냈다.
포리스트캠프의 자마 매직댄서.
3위는 비카다. 자마들이 26억 280만 원을 벌어들였다. 장거리까지 고르게 활약했던 와일드어게인(Wild again)이 비카의 부마다. 2010년도에 40위로 랭킹에 진입한 이후 2011년부터는 계속 3위를 고수하고 있다. 메니피와 포리스트캠프에 비해 출전자마들 숫자가 적은 편(올해 77두)임을 감안하면 알토란 같은 성적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자마는 조이럭키다. 조이럭키는 한때 서울 경마팬들의 희망으로까지 불렸지만 무리한 행보로 기세가 꺾인 상태다. 특히 6월 초 KNN배에서의 꼴찌는 조이럭키에게는 기억할 수 없는 수모로 보인다. 최근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의 구만석과 부경의 마이위너도 비카의 자마다.
4위는 19억 610만 원을 벌어들인 볼포니다. 2011년 7위에서 2012, 2013년 5위를 차지한 씨수말인데, 올해는 한 계단 더 올랐다. 중거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던 크립토클리어런스(Cryptoclearance)의 자마다. 총 95두를 출전시켜 443전 33승을 합작했다. 브리더스컵과 KRA마일컵에서 우승했던 청룡비상이 대표적인 자마다. 청룡비상은 이제 3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비에서 비록 석패했지만 앞으로 더 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말이다. 부경 1군의 아름다운신화와 퍼스트터치도 볼포니의 자마다.
5위는 2012년 3월에 폐사한 크릭캣이 차지했다. 올해 89두가 출전해 375전 동안 28두가 43승을 거두며 총 18억 1090만 원을 벌어들였다. 2012년과 2013년 6위를 기록했는데 올해 한 계단 더 성장했다. 대표자마는 국2군에서 활약 중인 3세 암말 중앙천해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국1군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통제사와 부상으로 휴양 중인 타이탄도 크릭캣의 자마다.
6위도 폐사한 씨수말이 차지했다. 지난해 2월 폐사한 피코센트럴이 17억 5970만 원을 벌어들인 자마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두 단계 떨어졌지만 10위권을 거뜬히 지켜냈다. 86두가 출전해 24두가 우승맛을 보면서 32승을 합작했다. 대표마는 서울경마장 1군에서 활약중인 불꽃대왕이다. 불꽃대왕은 그동안 고질이었던 늦출발이 개선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엔 단거리에서도 불꽃추입을 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 하반기엔 더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7위도 폐사한 씨수말이 올랐다. 2012년 12월에 폐사한 디디미가 그 주인공. 디디미의 자마들은 68두가 출전해 303전 33승을 거뒀다. 우승마는 25두다. 현재 대표마는 부경에서 대상경주 우승을 포함, 5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한강의기적이다. 98년에 데뷔한 디디미는 한국리딩사이어에 5차례나 올랐을 만큼 뛰어난 씨수말이었다. 메니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만 해도 국내에선 최강의 씨수말로 평가받았다. 지금까지 대상경주에서 14승 2위 27회를 차지해 이 부분에선 아직도 메니피(14승 2위20회)에 근소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 선행마로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쾌도난마, 멈추는 법을 잊어버려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떠난 불운의 명마 자당, 부경의 연도대표마를 지낸 아름다운질주 등 숱한 명마들을 배출했다.
8위는 엑스플로잇이 차지했다. 87두가 출전해 21두가 27승을 합작했다. 총전적은 393전. 8위가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2011년 1위, 2012년엔 2위에 비교하면 수직추락이다. 지난해 7위에 이어 올해는 8위라면 하락세에서 보합세로 돌아섰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하위권 말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연말까지 8위를 수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표마는 서울의 임페투스다.
9위는 최근에 대상경주 우승마(금빛환희)를 처음 배출한 피스룰즈다. 메니피보다 한 해 늦은 2009년 씨수말로 데뷔했지만 자마들 숫자에서는 다른 씨수말에 많이 밀린다. 국내에서 10위권에 든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38두가 출전해 18두가 38승을 합작했다. 질적인 부분에선 가장 돋보이는 활약이다. 데이터상으로 보면 피스룰즈는 카슨시티 계열의 암말이나 노던댄서 계열의 암말과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위는 엑톤파크가 차지했다. 불운의 명마 미스터파크가 활약할 때만 해도 한국 리딩사이어 5위까지 올랐던 씨수말이지만 지난해 8위에 이어 올해 10위까지 밀려났다. 그렇지만 엑톤파크는 대형마를 자주 배출하는 장점 때문에 아직도 마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스터파크뿐만 아니라 지난해 그랑프리를 우승한 인디밴드도 엑톤파크의 자마다. 현재 활약 중인 서울의 천년동안도 이 말의 자마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