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B-2S서 송진우가 회심의 승부구를 던졌다. 당시 주심은 가장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하다고 꼽히는 프로야구 원년 심판 G였다.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자 송진우는 미소 지었다.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게 들어갔다고 믿어서다. 그러나 G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송진우는 지금도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그 공이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도 바로 그 때다”라고 말하곤 한다. 결국 8구째도 볼이 됐다. 정회열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퍼펙트게임이 깨졌다. 허탈한 송진우는 홍현우와 장채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하나는 경기에 이렇게 영향을 미친다.
심판의 판단 착오가 승패를 바꿔 버린 경우도 있다. 1997년 8월 23일 대구 쌍방울-삼성 전. 4-2로 앞선 삼성의 9회초 마지막 수비 때였다. 2사 1·2루 볼카운트 1B-2S에서 쌍방울 장재중이 헛스윙을 했다. 주심을 맡았던 H심판은 곧바로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때 삼성 백인천 감독과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백 감독은 삼성 포수 김영진에게 “1루로 공을 던지라”고 외쳤고, 김 감독은 장재중에게 “1루로 뛰라”고 소리쳤다. 공이 한 번 바운드되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이 됐으니, 삼성은 장재중을 태그해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H 심판의 성급한 경기 종료 콜 때문에 김영진은 이미 공을 관중석에 던져 버린 상황. 눈앞에 있는 장재중을 아웃시킬 공이 없었다. 결국 장재중은 무사히 1루를 밟았고, 끝난 줄 알았던 경기는 양 팀 감독과 심판의 실랑이 끝에 7분 만에 재개됐다. 쌍방울은 이어진 2사 만루서 당당하게 점수를 뽑아 6-4로 승부를 뒤집었다.
4월 30일 KIA-SK전에서 그라운드에 난입해 1루심을 공격한 관중을 보안요원이 끌어내고 있다. 사진제공=KIA타이거즈
그런가 하면 심판은 지난해 오심으로 인해 졸지에 유명인사가 됐다. 한 달이 멀다 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2013년 6월 15일 잠실 넥센-LG전의 오심이 정점이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말 2사 만루에서 LG 박용택의 땅볼 타구를 잡은 넥센 3루수 김민성은 곧바로 2루로 송구해 1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다. 그러나 그 순간 심판은 양 팔을 벌려 세이프를 선언했다. 넥센 용병 에이스였던 브랜든 나이트는 명백한 오심에 이례적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평정심을 잃은 채 만루홈런까지 얻어맞고 8실점으로 무너졌다. 넥센은 이날 확정된 1패로 인해 정규시즌 마지막 날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LG에 내줘야했다.
그러나 심판의 수난 시대는 올해도 계속됐다. 4월 3일 SK-KIA 경기에서 그라운드로 난입한 관중에게 공격을 당했다. 심판합의판정 제도의 후반기 도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 가운데 하나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