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조선 건국 세력은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전면에 내세워 나라의 기풍을 쇄신하고자 했지만, 유교적 가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국가 안팎의 상황은 힘의 논리에 좌우되었다.
조선왕조의 출범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까지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던 것이다. 새 하드웨어(새 왕조)에 장착된 새 소프트웨어(유교, 성리학)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적응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 시기가 조선 전기(15~16세기)였다. 중종 대는 바로 그러한 적응을 거쳐 실질적인 유교 사회를 향한 여정의 돛을 올린 시기였다.
<중종의 시대>는 중종 대를 여섯 가지 범주로 구분해 분석한다.
‘찬탈과 반정의 시대‘에서는 최악의 불충일 수 있는 모반과 찬탈 행위가 오히려 반정이라는 지고의 선으로 포장되고 이념화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사대의 시대’에서는 허수아비 국왕 중종이 정치적 장수를 누린 배경을 명 황제 가정제와 맺은 특별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들여다본다.
‘소중화의 시대’에선 16세기에 들어서면 상국에 대한 절대적 사대로 바뀌고 조선을 소중화로 인식하게 된 배경을 알아본다.
‘사림의 시대’에선 사림이 성리학적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현실 사회를 뜯어고치려 했던 정풍운동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특히 기존에 훈구와 사림을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기반과 이념을 보유한 별개의 사회계층으로 구분하는 도식적 설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운동‘으로서의 사림을 새롭게 정의한다.
‘실천의 시대’에서는 유교적 가치 실전 문제를 알아보고 ‘중종 대의 의미‘에서는 사대와 유교가 실질적인 합체를 이루며 100여 년에 걸친 건국 과정의 실질적 완성의 모습을 살펴본다.
또한 조선의 유교화 과정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저자는 “‘사림운동’에서 이른바 훈구가 사라져간 모습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정치군인이 사라져간 모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민정당이 민주화 세력의 한 갈래였던 김영삼 계열의 민주당과 합당한 이후 정치군인들 및 그 추종자들까지 거리낌 없이 민주화를 말했다. 이들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계승범 지음. 역사비평사. 정가 1만 85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