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철도 납품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수수 혐의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출신인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조 의원은 공단 이사장까지 오르며 국토 및 철도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국회 상임위도 국토위원회에 배정받았다. 하지만 조 의원은 사실상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는 철도납품업체 삼표이앤씨로부터 이사장 시절인 2008~2011년까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5일 ‘철도건설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철도시설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통합으로 진행되던 건축·궤도·전기·신호·정보통신 공사를 분리해 발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해당 법을 적용하면 그동안 고속철도공사가 선정한 대기업을 통해 하청으로 물품을 납품해왔던 부품업체들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고속철도공사로부터 직접 발주를 받게 된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거치는 단계가 생략되기 때문에 비용절감과 수익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
당시 국토위 소속으로 철도 관련법을 담당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통합 발주는 종합건설업체로 분류된 대기업에 발주를 주고 해당 기업이 다시 전문 업체를 선정해 하청으로 두고 운영하는 것인데 반해 분리 발주는 중간에서 하청을 주는 기업 없이 전문중소기업들이 직접 발주를 받는 것”이라며 “분리 발주가 적용되면 조 의원과 관련이 있는 특정 전문업체가 중간 단계 없이 바로 발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앞서의 의원실 관계자는 “분리 발주의 경우 건설업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통합 발주는 사고가 나면 총괄했던 기업이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통상 철도 사고는 그 원인이 한 부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리 발주를 하면 어느 업체가 책임져야 할지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해당 법안 중 예외적으로 통합 발주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서 궤도 부문은 여기에서 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궤도업체인 삼표이앤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의원은 2013년 6월 21일에 열린 국토위 회의에서 “분리 발주는 통합 발주에서 발생하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문 분야가 있는 전기·건축, 특히 신호·궤도 같은 부분은 다른 공사에는 없다. 그래서 이 부분만 분리 발주를 한다는 내용”이라며 예외적인 통합발주 분야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와 같은 조 의원 설명에 당시 같은 당 소속 심재철 의원은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보통신 분야 분리의 애매성을 지적한 심 의원은 “조 의원이 말한 부분은 분리 발주와 통합 발주의 문제보다도 하청, 재하청의 문제, 도급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 더 크다”며 “제가 전체 의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권하겠다는 제 의지를 표시한다”며 해당 법에 대해 기권 의사를 밝혔다.
그 후 조 의원은 해당 법안을 ‘경제민주화’를 일궈낸 자신의 성과물로 홍보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6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철도건설 사업에서 경제민주화를 염원하는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고사위기에 처한 철도전문 중소업체의 숙원법안인 동 개정안은 그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결여로 난항을 겪어왔으나 통과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무난히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6월 공포됐다. 하지만 조 의원이 특정업체를 위해 법안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해당 법안엔 10명의 동료 의원들이 발의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조 의원에게 건네진 금품이 이들에게로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검찰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조 의원뿐 아니라 철피아 비리에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현역 의원들 관련 계좌를 훑고 있다. 해당 법안은 광범위한 입법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하는 케이스”라고 귀띔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