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 공장에서 미국시장용 드럼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구광모 부장도 현장 경험을 위해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몇 개월간 근무했다. 연합뉴스
‘신입 사원의 적정연령은 28세’. 지난 5월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적정연령은 평균 남성이 28세, 여성이 26세로 나타났다.
여기 만 27세 나이에 대리로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이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 씨다. 구형모 대리는 미 코넬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LG전자 입사 전에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다. 구형모 대리 이전 LG가(家)에서는 구본무 회장 아들 광모 씨가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바 있다. 광모·형모 씨가 대리로 입사한 것은 각각 만 28세, 27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오너 ‘자제분’이라는 이유로 직급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 대리의 평균 나이는 얼마나 될까. 한 대기업 유 아무개 대리는 “우리 회사의 경우 남자는 보통 스물일곱 정도에 입사해 사오년 뒤인 서른한두 살쯤 대리가 된다”며 “다른 대기업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다른 그룹 오너 자제들과 비교해보면 대리는 적절한 직급이란 평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만 서른 살에 대한항공 상무보였던 조현아 부사장 등의 경우에 비춰볼 때 대리는 오히려 낮은 직급”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형모 씨는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를 다닌 경력을 인정받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광모 씨나 형모 씨나 오너 일가 자제들의 ‘경영수업장’으로 왜 LG전자를 택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LG만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LG전자 다른 관계자는 “현장중심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LG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장이다”라며 “구광모 부장도 LG전자에서 근무할 때 창원공장에서 몇 개월간 있었다”고 밝혔다. LG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현장에서, 또 현장을 알기에 가장 좋은 대리 직급으로 보고 배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광모 부장의 예를 들여다보면 구형모 대리의 ‘수업 스케줄’도 예측해볼 수 있다. 2006년 LG전자에 입사한 구광모 부장은 LG전자 뉴저지 법인과 창원공장에서 근무한 이후 지난 4월 그룹 지주회사인 (주)LG로 옮겼다. 구 부장은 현재 (주)LG 시너지팀에서 계열사 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형모 대리는 현재 LG전자에서 경영전략담당업무를 맡고 있다. LG의 수업방식의 기조가 지속된다면 구광모 부장이 그랬던 것처럼 구 대리 역시 곧 공장으로 발령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형모 대리가 LG전자에 입사한 것을 두고 구광모 부장과 구형모 대리의 후계자 다툼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구 부장과 구 대리가 향후 후계자 다툼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장자 우선·장자 중심의 LG그룹 가풍을 생각할 때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부장을 제치고 둘째인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대리가 그룹 후계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LG는 ‘인화’를 기업 문화로 내세우고 있다. GS그룹의 계열 분리 과정도 LG의 자랑거리 중 하나일 정도다. 유례없는 57년 동업을 문제없이 해왔고 분리할 때도 아무런 분란이 없었던 기업이라는 것이다. 후계자리 다툼이라는 시선에 LG그룹 관계자는 “LG의 가풍(장자 우선주의)과 기업문화(인화)에서는 자리다툼이 있을 수 없다”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