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금까지 섹스 파트너 수는 몇 명이었나?’라는 질문에 일본인의 경우 0명이 6%, 1~3명이 44%, 4~8명이 37%, 9~13명이 10%, 14~19명이 2%, 20명 이상이 1%로 나타났다. 0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16개국 가운데 최고치인 반면, 20명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최저 수준이었다. 일본은 이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응답자의 26%가 “20명 이상”이라고 밝혀 1위에 올라섰다. 이어 그리스(25%)가 스위스와 간발의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축구에서는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두 나라지만, 성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공격’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참고로 섹스 파트너 수가 20명 이상이라고 답한 세계 평균 비율은 18%였다.
그렇다면, 불륜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 부문에서는 프랑스인 응답자 중 무려 75%가 “불륜 경험이 있다”고 말해 단연 압도적이었다. 반대로 불륜 경험률이 낮은 나라는 벨기에(22%)와 호주(23%)로 조사됐다. 일본은 28%로 9위에 올랐다. <주간포스트>는 호주가 유독 불륜 경험이 적은 이유를 “남성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잡지에 따르면, “호주 남성들은 ‘우정보다 사랑을 우선시하는 남자’로 여겨지는 것을 꺼려해 모처럼 커플끼리 술집에 가도 남자들만 모여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라고 한다. 따라서 불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도쿄에서 성인용품점 ‘러브피스 클럽’을 운영하는 기타하라 미노리 씨는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성인용품 브랜드가 영국에 많은 만큼 1위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유럽과 달리 일본은 지나치게 남성용 성인용품에만 치우쳐진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설문항목인 ‘섹스에 걸리는 시간’을 묻는 조사결과도 흥미롭다. 이 질문에서 일본은 1~4분이 2%, 5~9분이 9%, 10~19분이 34%, 20~45분이 36%였고, 46분 이상은 19%에 그쳤다. 특히 “19분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총 45%로 16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세계 평균 비율(35%)을 한참 웃도는 수치로, “일본인 커플은 섹스를 서둘러 끝낸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다.
일본과 달리 섹스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46분 이상”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무려 34%에 달했다. 이어 벨기에(27%), 스위스(27%), 포르투갈(26%) 등의 순으로 섹스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섹스빈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은 1년간 평균 145차례의 성행위를 가져 단독 선두에 올랐고, 일본은 45회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성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영국과 그리스가 1위 자리를 다퉜다. 영국인들은 “5점 만점에 5점”이라고 답한 비율이 24%, 4점은 41%로 전체적으로 “성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스도 “만족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등극했다.
일련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주간포스트>는 “세계 각국의 성생활을 비교하는 ‘섹스월드컵’에서 우연인지는 몰라도 축구 강호로 불리는 나라들의 선전이 돋보였다”고 분석하며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인 일본은 섹스월드컵마저도 대부분 참패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섹스 카운슬러이자, 해외 성애(性愛) 사정에 정통한 와타나베 히로노 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인은 자유분방한 섹스를 품위 없고 패덕한 행위로 여기지만 스위스나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인들은 거리낌 없이 마음껏 성생활을 즐긴다. 예를 들어 가정이 있는 사람도 배우자를 상처주지 않는 범위에서 ‘섹스프렌드’를 허용하기도 한다. 여성 또한 자유롭게 성욕을 표출하는 문화로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결국 결론은 성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인 것 같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