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현철은 최근 은평 유스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발탁되면서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제공=정실장엔터테인먼트
김현철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의 무대에 섰다. 각종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두 곳은 오케스트라 단원에게는 꿈의 무대다. 게다가 그들을 조율하는 마에스트로에게 두 곳은 메카와도 같다. 하지만 김현철은 유명세를 활용해 너무 쉽게 그 무대에 올랐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한 클래식계 관계자는 “어릴 적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장기간 해외 연수를 다녀온 실력자들도 두 곳에 입성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을 거듭한다”며 “김현철이 의외의 실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겸업으로 지휘를 하는 그가 과연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 설 만큼 객관적 실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클래식계에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진 건 이례적이지만 뮤지컬계로 고개를 돌리면 연예인들을 둘러싼 특혜에 대한 볼멘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 자리를 줄줄이 꿰찼기 때문이다.
그룹 JYJ의 멤버 김준수는 이미 조승우를 능가할 정도의 뮤지컬계의 황태자로 자리 잡았고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려욱, 비스트의 양요섭, 샤이니의 키와 온유, 에이핑크의 정은지 등이 뮤지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뮤지컬에 진출하는 아이돌은 대부분 팀 내에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멤버다. 가창력은 검증이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뮤지컬 관계자들은 “가창력 못지않게 연기력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일명 ‘연기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뮤지컬계에서 한 순간에 주연 자리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역으로 시작해 실력을 인정받고 앙상블을 두루 거치며 주연 자리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하지만 인지도를 앞세운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첫 뮤지컬 도전부터 주연을 맡는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전문 뮤지컬 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굉장히 크다. 주연을 바라보며 오랜 기간 뮤지컬 무대에 오른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뮤지컬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르곤 한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 상주하는 전문 배우들과 달리 아이돌은 다른 스케줄이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습 시간을 지키지 않아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에 출연했던 비스트 멤버 장현성(왼쪽)과 <드라큘라>에 출연 중인 JYJ의 김준수.
극중 유명 영화배우인 돈 락우드 역은 제이, 규현, 엑소 백현이 맡았으며 배우를 꿈꾸는 아름다운 여인 캐시 샐든 역에는 방진의, 최수진 외에 소녀시대 써니가 캐스팅됐다.
아이돌의 진출이 뮤지컬 무대의 관객 매너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연 중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플래시에 터지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전 사진 촬영이 금지돼있다고 공지해도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다.
이런 폐해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을 반기는 목소리 역시 높다. 가요와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계에도 한류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돌이 출연하는 회차의 뮤지컬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일찌감치 매진된다. 덩달아 다른 배우들의 인기도 상승하고 뮤지컬 시장 전체가 부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조승우 옥주현 김소현이 모두 “(김)준수야 고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배우인 조승우는 “준수와 함께 인기스타상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고 옥주현은 “나도 준수에게 고맙다. 준수의 뮤지컬 데뷔 후 시상식 투표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뮤지컬계 관계자는 “김준수를 비롯해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로 뛰어들며 외국 관객이 부쩍 늘었다. 분명 그들에게 특혜가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파이를 키웠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을 둘러싼 특혜 시비는 이미 지난해 연예병사 논란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군대란 워낙 민감한 문제라 가장 먼저 곪은 부위가 터졌지만 여러 영역에서 연예인을 특별 대우하는 사례가 잦다.
그들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외국 팬들까지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한류스타들을 모시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그 사이 연예인들의 몸값은 급상승하고 같은 범주 내에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연예인들이 여러모로 특혜를 받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그들 역시 자의와 상관없이 많은 곳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특혜 의혹만을 앞세우는 건 역차별이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