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그룹 본사
지난 7월 한화생명이 한화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나온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상당수 임원들이 ‘자리 보전’을 한 게 문제가 됐다. 한화 측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8월 1일자로 경제연구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30대 초중반의 ‘젊은’ 대리 과장급 인력 상당수는 퇴직당한 반면 상무보급 이상의 임원들은 대부분 남게 됐다.
실제로 경제연구원 구조조정 결과 전체 직원 45명 중 임원을 제외한 9명이 7월 중순 경 명예퇴직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상무급 임원 4명은 직책을 유지한 채 보험연구소로 편입됐다. 그 결과 경제연구원 출신 인력과 기존의 은퇴연구소를 합쳐 확대 개편된 보험연구소의 일반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한데 임원진들은 5명에 달하는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갖추게 됐다.
또한 한화생명 측이 퇴직 절차를 사실상 비밀리에 진행한 부분도 내부 관계자들 사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측 내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면 처음부터 구조조정 공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퇴직 조건을 제시하고 희망퇴직 신청부터 받았어야 했다”면서 “지난 7월 중순 경 각 팀마다 팀장이 한 명 씩 불러 면담을 하고 끝냈다. 그렇게 2주안에 구조조정이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사실상 퇴직을 강요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7월 31일 자로 퇴직 대상자들이 깨끗이 서류상으로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지목된 퇴직 대상자들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퇴직 대상자는 누가 정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경제연구원이 괜히 한화의 ‘싱크탱크’로 불렸겠나. 소속은 한화생명이지만 그동안 관리는 한화그룹 본부로부터 직접 받아왔다”며 “한 예로 지난 7월 14일 경 퇴직 대상자로 지목된 직원들이 면담 과정에서 ‘누가 퇴직 대상자를 정한건가’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모른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도 받지 않고 본인 상담도 없이 직속상사로부터 ‘OO 씨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퇴직 서류를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서류를)안 내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더니 ‘지점 발령이나 원거리 발령이 나지 않겠느냐’며 겁을 주더라”면서 “그래서‘내가 왜 퇴직 대상자가 됐나’라고 물었더니 상사는 ‘너희는 스펙이 적절치 않아서 계열사에서도 안 받아준다’라며 말을 얼버무렸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된 퇴직 대상자 9명은 어떤 이유에서 퇴직을 당했을까. 정말 앞서의 주장대로 이른바 ‘스펙’이 뒤 떨어져서 퇴직 대상에 오른 것일까.
“정리 해고된 9명이 평소 특별한 문제점이라도 있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앞서의 한 내부 관계자는 “정리해고 대상이 된 9명 중 절반 가량이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심지어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여하는 우수보고서상, 우수연구원상을 받은 이들이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명퇴 대상자를 선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윗선부터 나가는데, 이번에 정리된 9명 중 7명은 모두 30대 초중반의 젊은 직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내부 관계자는 “퇴직 위로금도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했다. 기존에 주던 급여 액수를 안 주고 7개월 치 기준 급여를 주겠다고 했다. 7~8월에 성과급이 나오는데 성과급은 전년도 업무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못 주게 됐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하는 말이 퇴직대상자들이 다들 ‘스펙’이 좋아서 재취업도 잘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고 하더라. 언제는 ‘스펙’이 떨어져서 퇴직 대상자가 됐다고 설명하더니…”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례 없는 구조조정이 이뤄지자 이를 둘러싸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의 내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이상한’ 방식으로 갑작스레 진행되다보니 별별 소문이 다 나오는 것 같다”며 소문의 내용에 대해선 부정하면서도 “8월 노조 지도부 선거 직전에 갑작스레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정황 상 노조가 힘을 못 쓰는 공황 상태를 노려 한화 측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명예퇴직 대상자들에게 납득할만한 이유와 합당한 위로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생명 측은 ‘경제연구원이 확대 개편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구조조정이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조직 개편 차원으로 보면 된다. 경제연구원과 은퇴연구소를 합치는 부분에서 인원 조정은 현장 배치 등으로 보완했다고 알고 있다. 배치에 대해서 개인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의 소문에 대해서는 “말로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거기에 대해선 답을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